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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두세 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면 루아르 지역에 닿을 수 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인 루아르 강을 끼고 왕족과 귀족들이 세운 수많은 고성 때문이다.

그때가 15~16세기라던가.

한국에선 보통 두세 군데의 성을 보고 파리로 돌아오는 코스가 인기지만,

일본 같은 경우엔 아예 며칠씩 머물며 고성만 보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정확히 무슨 이유 때문인진 모르겠으나 프랑스를 향한 일본의 애정은 참으로 놀랍다.


나도 투어에 참여해 루아르 지역을 가게 될 기회를 얻었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므로 다시 없는 행운이었지만,

사실 파리의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았다.

고속도로와 휴게소의 시는 귀족의 귀를 즐겁게 했던 칭송시보다 훨씬 아름다우니까.



파리 시내를 빠져나오는 데 정체가 있어서 중간에 휴게소를 들렀다.

수도를 향해 달리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거대한 컨테이너 트럭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저 안엔 무엇이 실려있을까?

정확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아직 가 보지 못한 프랑스 남부의 기운이 묻어있다면, 그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나중에 검색해 보니 실제로 레 라피드 블루Les Rapides Bleus의 본사는 아비뇽의 남쪽에 있었다. 그렇다. 프랑스 남부에!)



카메라가 말썽을 부려 제대로 찍진 못했지만,

오는 길엔 수십 채 정도 되는 풍력 발전기가 평원 위에 줄지어 서 있었다.

미지의 존재가 세운 것 같은 거대한 구조물이 일정한 간격으로 팔을 돌리고 있는 장관은

아침의 노곤함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굉장히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그 우아한 빛깔, 우아한 날개, 우아한 회전을 잊을 수 없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탈리아의 휴게소가 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아 준다면,

프랑스는 자판기가 커피를 대접한다.

믹스도 아니고 원두커피다.

이 첨단의 바리스타는 솜씨도 좋아서, 맛도 괜찮았다.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으로 아침을 때우는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일찍 일어나느라 정신이 없던 나도 그랬다.

그녀가 하면 여유요 낭만이지만, 내가 하면 생존의 문제가 된다.



트럭 운전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커피와 대화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뺑 오 쇼꼴라가 두 개씩 들어있는 휴게소 빵.

개 당 일 유로니까 그렇게 싸다곤 할 수 없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가방에 싹 쓸어 담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도대체 이 나라는 빵에 무슨 짓을 하는 걸까?



그러나 결국 한 봉지만 샀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달려 내린 곳은 거대하면서 한적한 정원 앞이었다.

쉬농소 성에 도착한 것이다.

겨울의 끄트머리였으나 왠지 가을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파리보다 부쩍 차가워진 공기만 계절의 정체성을 대변했다.



저 멀리, 성이 보인다.

예전엔 이 가로수 길을 마차를 타고 달렸겠지.



물은 정원을 가로지르고, 성은 그 위에 떠 있다.

사적인 공간을 위해 수로를 만드는 위엄.



성으로 가는 길엔 한 때는 마구간이었다가 지금은 '둥근 지붕의 건물'로 불리는 식당을 볼 수 있다.

들어가 보진 않았으나 왁스 박물관도 있다고 한다.



마치 한국의 궁궐 앞에 해태상이 서있듯 이곳엔 스핑크스상이 있었다.

물론 그는 퀴즈는 내지 않는다.

제 조상과 달리 위협이 되기엔 너무 외소하다.



이 성의 주인 중 한 명이었던 디안느 드 푸아티에의 정원엔 겨울잠에서 깨어난 잔디가 한창 푸르렀다.

그건 반대편에 있는 카트린 드 메디치 정원도 마찬가지다.

마치 왕이 그러하라 해서 오백 년 동안 그 모습 그대로 자라있는 것처럼 말이다.


팸플릿을 보면 저 건물이 성 관리처인 모양인데

사무적인 용도와는 달리 세 개의 굴뚝을 갖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제 쉬농소 성에 들어갈 차례다.



Leica Minilux

portra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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