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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푸드의 자극적이고 획일적인 맛을 누가 싫어하겠느냐만, 나 역시 패스트푸드를 좋아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일부러 먹지 않으려고 한다. 중독은 순식간이고, 뒷감당은 평생이니까. 하지만 여행을 가면 이상하게 패스트푸드는 꼭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돈도 아낄 수 있고, 실패할 확률도 적으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한국에도 있는 글로벌 체인이라면 나라마다 차이가 나는 아주 사소한 지점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그런데 B가 소개한 패스트푸드는 필리핀에서는 유명하나 한국에는 없는 브랜드들이다. 특히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는 차우킹은 구전으로 안 것도 아니고 매장을 눈으로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와 D는 원래 중국 음식을 좋아한다. 그게 한국 한정, 그것도 고량주를 5천원에 파는 배달 전문 중화요리집 한정일 뿐이다. 일단 홍콩에서 중화풍 요리가 잘 안 맞았던 우리였기 때문에 아무리 필리핀에서 재해석한 메뉴라 해도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B가 싸고 맛있다며 정말 강력 추천했기에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그의 안내를 따랐다.

  아래 쪽에 졸리비 사진도 나오겠지만, 차우킹이나 졸리비나 간판 배경색은 채도 높은 맑은 빨강이다. 알고 보니 같은 곳에서 운영한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색깔은 좀 다르게 하지.






  그렇다. 식당은 일단 셀프여야 제맛이다. 셀프여야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셀프인 데가 맛있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B가 골라준 딤섬이 올라간 볶음밥이다. 볶음밥! 언제나 실패하는 법 없는 황금 열쇠 같은 메뉴! 밥도 고슬고슬하고 너무 기름지지도 않고 토핑도 적당하며 딤섬도 맛있었다. 고추 기름도 함께 나오는데 딤섬을 거기다 찍어 밥에다 살짝 묻힌 다음 먹으면 그렇게 개운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에 두부를 튀긴 반찬(?)이 사이드로 나온다. 볶음밥과 세트로 묶여있던 것 같은데 B가 시킨 관계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사실 중화풍 두부는 조금 두렵다. 일단 취두부 때문에 엄한 두부 요리까지 전체적으로 인식이 안 좋아졌다. 두부는, 정말, 한국의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것과 술집에서 볶음 김치와 함께 생으로 먹는 게 최고다. 그러나 차우킹의 간장에 담근 튀긴 두부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저 간장을 떠서 볶음밥에 비벼 먹는 게 일품이었다.

  중화풍 두부가 두려웠던 건 D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우습게도, D는 내가 먼저 먹기를 기다렸으며 내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거 괜찮아, 진짜 맛있어." 나의 평과 함께 D도 두부를 떠서 먹기 시작했다.






  식당이긴 하지만, 이 도시 사람들은 카페처럼 이용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패스트푸드 매장에선 오랜 시간을 보내기 힘들다. 뭐랄까, 쑥쓰럽다. 패스트푸드지 않은가. 빨리 먹고 빨리 나가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졸리비 등장이다. 딱 한 번 밖에 못 갔다는 게 한이 될 만큼, 졸리비의 햄버거는 맛있었다. 확실히 맥도널드, 버거킹과는 달랐다. 롯데리아와도 달랐다. 어쨌든 이번에도 채도 높은 맑은 빨강 속으로 들어간다. 심지어 앞에 주차된 차도 톤을 맞췄다.






  참고로 Y가 졸리비의 마스코트와 닮았다. 이미 우리끼리는 합의가 끝난 상태고, 여기에 Y의 사진도 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그런데 정말 닮았다. 귀여운 셈이지.






  앞서 졸리비 햄버거가 맛있다고 썼는데, 그 비결은 빵에 있었다. 빵이 약간 쫄깃한 게 식감이 좋았다. 가장 비슷한 걸 찾자면 군대에서 나오던 햄버거 빵, 그러니까 군대리아의 쌀빵과 흡사하다. 물론 그것보단 훨씬 좋은 재료라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느낌이 흡사하긴 하다. 군대리아를 꽤 좋아했던 나로서는 굉장한 업그레이드 버전인 졸리비 햄버거가 흡족했다. 사진보다 양도 많았다. 너무 많은 야채나 소스 때문에 줄줄 흐르는 것도 없었다. 깔끔했다. 맛있었다. 아, 왜 이걸 한 번만 먹었을까.






  맛 좋은 햄버거를 먹고 나오자 남국의 낮은 구름, 높은 하늘과 함께 어딘가 현실에서 살짝 핀트가 어긋난 땅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Canon EOS-M + 2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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