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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륙하는 창 너머로 내 그림자가 보였어. 나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건 알게 해 주는 새를 닮은 그림자를 보았어. 그건 미련없이 세상을 가로지르며 저를 한 번 흉내 내 보라고 권하는 것 같았어. 아니면 어림도 없지 않으냐며 약을 올리는 중이었거나.
 이륙하는 창 너머로 내 그림자가 보였어. 그것은 한참을 따라오다가 기체가 고도를 높이는 순간, 구름으로 들어가 영영 보이지 않았어. 보이지 않아도 발밑으로 뻗어있는 그림자를 느낄 수는 있었어. 그건 여전히 미련없이 세상을 가로지르며 저를 흉내 내 보라고 권하고, 또 권하고 있었어. 하지만 내가 뭘 할 수 있겠니? 재료가 똑 떨어져 더 받을 수 없는 주문처럼 나는 듣고도 어쩔 도리가 없었어. 비행기는 이렇게 가볍게 비상했는데 내 짐과 내 자리는 무겁게 가라앉으려고만 했어.



Canon EOS-M + 2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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