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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한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은 달콤했다. 사람들은 스스로 방을 복제하는 커다란 집에 모여 어울렸고, 매일 밤 새로운 손님을 맞아 포옹과 악수를 나눴다. 그곳에 들어가려는 희망자들이 입구에 장사진을 이뤘다. 그곳에는 꿈 밖에서 알던 사람, 꿈속에서 알던 사람들이 전부 있었다. 나는 생면부지이나 사실 생면부지가 아닌 이들을 차별 없이 대했다. 누군가는 방 하나를 꽉 채운 하얀 침대 위에 누워 의미 없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표정도 가물가물하지만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이 아직 들어가 보지 못한 끝없이 생성되는 방 안에 가득했다. 흥미진진해 죽겠는데 페이지가 한참 남아 든든한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단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술을 마셨다. 꿈에서 깰 시간이 되어도 이곳이 어딘가 실재한다는 확신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 믿음을 견고하게 한 것은 여기에도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는 제집을 구하지 못해 이곳에 장기 투숙했고, 누군가는 자기 아이를 버리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낙원은 없었다. 꿈속에서조차도. 그래서 그곳을 잊지 못한다. 들어갈 때 하나씩 채워주던 팔찌의 느낌이 잉크처럼 팔목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Canon EOS-M + 2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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