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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몬 카페는 오키나와에 가기 전부터 알고 있던 곳이었다. 구글 지도에도 등록되어 있었고 여행 안내서에서도 이곳을 언급했다. 실내 구조가 어떻고 무엇을 팔고 언제 가게 문을 열었다가 닫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우리가 그곳에 가게 되리라는 것만은 확신했다. 호텔과 가깝기도 했을뿐더러 무엇보다 이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시나몬이란 단어를 덮은 딱딱하고 자극적인 나무 향이 이곳의 정체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최소한 내 멋대로 상상할 여지는 주었다. 카푸치노를 마셔야 할 거야. 어쩌면 시나몬을 듬뿍 친 이곳만의 커피가 있을지도 모르겠지. 결국 두 잔의 아이스 커피만 마셨지만, 오키나와에서 이곳을 가장 좋아하게 되리라는 예언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유명한 곳치고 손님이 적은 건 이상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잘 된 일이었다. 두 번을 갔는데, 두 번 다 벽에서 툭 튀어나온 자투리 자리에 앉았다. 옆에는 책장이 있고 뒤에는 벚꽃색으로 물들인 안개꽃이 있었다. 파스텔 색조가 살짝 들어간 흰색 페인트, 천장에 매달린 갓등, 사람의 손이 닿는 모든 자리에 배치한 목제 가구가 과연 일본의 카페다웠다. 활짝 열린 문 바깥으로 적당히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는 골목길이 보였다. 그 광경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바깥바람과 에어컨 바람이 뒤섞여 목덜미를 스쳤다. 실내엔 일본 인디 음악이 흘렀다. 책장에서 오키나와의 젊은 카페와 식당을 소개하는 두 권의 신간을 꺼내 사진을 찍고 지도에 표시하기도 했다. 앉아서 뭐라도 끼적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노트를 쓰는 일은 때로 사진을 찍는 일보다 더 확실하게 순간을 망치기도 하니까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삼 분만 걸어나가면 오키나와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었다. 가끔 몇천 킬로미터 씩 떨어진 이런저런 도시의 카페를 한곳에 모으면 어떨까 상상한다. 그곳엔 분명 시나몬 카페도 있을 것이었다. 매번 자투리 자리에 앉을 것이고, 그곳은 우리를 위해 항상 비어 있을 것이었다. 겨울이 되면 드디어 카푸치노를 마셔 볼 것이고, 산더미처럼 쌓인 계핏가루를 덜어 이곳의 이름을 써볼 것이었다.


Leica Minil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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