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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본격적인 포틀랜드 맛집 투어가 시작될 터인데,

한 협회 사보에 맛집 원고도 싣고 있으면서

정작 맛을 표현하는 덴 서툴기 그지없어 부끄러운 마음 뿐이다.


하기야 그 원고도 본론(식당과 음식)보다 서론(잡문)이 더 기니까

그것이 내가 쓰는 방식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직 짤리지 않았으니 나쁘진 않은 거겠지, 그것도.


어쨌든 식당은 가 봐야 알고 음식은 먹어 봐야 안다.

거기까지 가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게 내가 할 일이겠다.


물론 이 글에서 그런 동기 부여를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집에서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빌린 에어비앤비에는 이런 책상도 하나 놓여 있는데,

보자마자 앉아서 글을 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에 앉아 한 글자도 쓰지 않았다.

챙겨 나갈 것들을 잊지 않도록 놓아두는 테이블의 용도가 한계였다.


참고로 왼쪽에 보이는 식빵은 시애틀에서 사서 여행 내내 들고 다니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 먹었다.

유통기한이 길어서 다행이었고,

한국에서 먹으니까 더 맛있더라.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자 햇살이 온화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주인이 준비해 준 것들과

우리가 준비해 간 것들이 창틀 주변에 모여

일상이 아니면서도 일상적인 척하는

묘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나갈 채비를 마친 아들은 아침부터 에너지가 넘치고,

얼른 꺼내달라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들여다 놓으면 혼자 잘 놀다가

갑자기 꺼내달라고 요구하고,

밖에서 놀다가 다시 안으로 들여다 놓으면

또 언제 나오고 싶어했냐는 듯 저만의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이 아기 침대를 좋아해서 다행이었고,

집에도 진작 사놓을 걸 이젠 너무 커서 늦었잖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내는 브이.





우리가 차를 타고 달려온 곳은

노스 윌리엄 애비뉴에 있는 테이스티 엔 선즈.

캐주얼한 브런치를 파는 곳으로

웬만하면 줄을 서야 한다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운이 좋아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여기 사장이 포틀랜드에 식당 여럿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테이스티 앤 앨더Tasty n Alder, 토로 브라보Toro Bravo 등.

다른 동업자와 연 식당까지 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나고 말이다.

그중에서 우리가 가본 곳은 여기 테이스티 앤 선즈와 스페인 식당인 토로 브라보였다.


공통점은 다들 분위기가 끝내주고

음식맛도 끝내주고

대기 시간도 끝내준다는 것.


어쩐지 논현동 백종원 아저씨 거리 느낌이랄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렇다.

우리가 앉은 곳은 안쪽이었는데,

저 앞 창가쪽 자리가 매우 탐이 났다.

바 형식의 높은 자리라 아기가 있는 우리는 앉을 수가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웨이터가 우리 테이블도 서빙을 했는데,

배우 휴고 위빙을 닮은데다가 말투도 비슷했다.

자꾸 앤더슨 씨를 찾거나 절대 반지를 부숴야 한다고 말할 것만 같았다.





물론 사진보다 실제 느낌이 더 좋다.





우리는 세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이건 폴렌타였다.


옥수수 가루를 끓여 만드는 이탈리아 가정식이

여기 와서 새롭게 태어났다.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했던 경험이 있는 아내는

그곳에서 먹은 폴렌타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르다고 - 화려하다고 평가했다.


끈기가 있는 스프는 아침 식사로 딱일 것 같았다.


여기 테이스티 앤 선즈의 브런치 메뉴는 대체로 그런 식이었다.

이곳저곳의 음식에 미국식 - 포틀랜드식 아이디어를 가미한 것이다.


참고로 김치도 있었다.

비싸서 먹진 않았다.





요건 튀니지 음식이라는 샥슈카였다.

양고기 소시지를 곁들여 주었고,

찍어먹으라고 나온 빵도 훌륭했다.

한국에서도 한 번 먹어봤는데,

우리 입맛에 참 잘 맞을 요리다.





전날 먹었던 햄버거에 이어

(이제 겨우 두 끼지만) 이 도시엔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나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건 이름도 긴 Maple & Cumin Glazed Yams.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고구마 맛탕 비슷한 사이드 요리다.

메이플 시럽과 커민이라는 향신료에 졸였다는 게 다를 뿐.

게다가 튀기지 않아서 그런지 고구마의 흐물흐물한 식감이 살아 있어 더욱 좋았다.





분주한 주방.


커피도 한 잔 시켰는데, 포틀랜드의 로스터리 중 하나인 워터 애비뉴의 원두를 쓰는 모양이었다.

정말 포틀랜드의 많은 곳들이 '로컬'의 힘으로 돌아간다는 걸 확인한다.

게다가 잔이 비면 계속 리필을 해줬다!





테이스티 앤 선즈는 커다란 건물 한쪽에 있었다.

같은 건물에 다른 식당은 물론 요리 학원, 장난감 가게, 미용실도 있었다.





건물 내 작은 정원에 심어둔 튤립.


포틀랜드에선 4월에 튤립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아래는 필름 사진.





같은 자리에서 계속 찍었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어쩐지 필름 사진이 찬밥 신세인 기분인데.





그래도 여기 테이스티 엔 선즈는 다시 봐도 좋다.

다시 가면 더 좋겠다.


Tasty n 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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