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치아 기행 #2 - 섬에서 섬으로
:: 여행을 돌이키다 보면 기억의 영리한 솜씨에 놀라곤 한다. 주인의 유불리에 따라, 주인의 기호에 따라 구분된 기억은 망각의 릴 위에서 빙빙 돌며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지, 얼마나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예컨대 여행 중 느꼈던 피로와 실망, 날씨를 향한 불만들은 금방 잊히는 데 반해 사소한 감탄이나 미묘한 감동은 뻥튀기 기계에 넣은 곡물처럼 크게 부풀려지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아주 매혹적이라서 지금도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비행기 티켓 결제 버튼 앞에서 서성이게 한다. 똑같은 공식을 우리가 묵었던 내륙, 메스트레 역에서의 하룻밤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섬이든 육지든 유럽의 겨울이 주는 가없는 적막함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전자는 아름다웠고 후자는 황량했다. 시내..
여행/2010 유럽
2014. 5. 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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