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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 합리적 심리학이 인류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무한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영역은 물론 성(性) 분야이다. 아이들은 신체의 특정 부분이나 특정한 말과 생각, 본성이 그들을 자극하는 특정 종류의 놀이와 관련해 미신적인 태도를 교육받는다. 그 결과,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사랑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 경직되고 어색해 한다. 영어 사용권 지역 어디를 보더라도[각주:1],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아실에 있는 동안에 이미 만족스런 결혼생활을 할 수 없게끔 되어버린다. 어른들의 행동 가운데,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그것을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금지되거나, 그것에 관한 한 철저한 금기에서 완벽한 능력으로 갑자기 넘어가주기를 바라는 경우는 이 행동밖에 없다.
 수많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지배하고 흔히 훗날의 인생에까지 지속되는 이 죄의식이야말로 불행인 동시에, 어떤 류의 유용한 목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왜곡의 근원이다.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성 분야에서의 인습적 도덕교육에 의해 생겨난다. 성을 나쁘게 보는 감정은 행복한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남자로 하여금 관계하고 있는 상대 여성을 경멸하게 만들며, 때로는 여성을 학대하고픈 충동까지 일으키게 한다.[각주:2] 뿐만 아니라, 성적 충동을 금지하고 감상적인 우정이나 종교적 열정 따위의 간접적인 형태로 해결하게끔 강요함으로써 지성과 현실감을 갖는 데 큰 해가 되는 지적 성실성의 결핍을 초래하게 만든다. 잔인함과 우둔함, 조화로운 인간 관계의 불능, 기타 다른 많은 결함들은 대개가 어린 시절에 지속된 도덕 교육에서 기인한다. 가장 쉽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성에는 하등 나쁜 것이 없으며 오히려 이 문제와 관련된 인습적 태도가 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불행의 근원으로 작용하는 개별 악 가운데 이것처럼 강력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악은 그로부터 직접 수많은 죄악이 연쇄적으로 생겨날 뿐 아니라, 인간을 정치, 경제, 인종과 관련해 인간성을 고문하는 다른 치유 가능한 악들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온정과 인간적 애정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버트런드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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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은 1930년대에 쓰여졌다. [본문으로]
  2.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죄의식이 왜곡된 성적 호기심을 만연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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