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초승달 같은 해변에 앞다투어 모인 특급 호텔들이 가장 좋은 경치를 독점한다.
해변으로 나가려면 호텔과 호텔 사이에 난 골목길을 걸어야 했다.
에어컨디셔너의 실외기가 윙윙거리고 반쯤 열린 창문에선 저녁 준비하는 냄새가 풍긴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주방장과 벨보이들은 로비나 식당보다 이곳에서 더 마음 편해 보였다.
골목 끝은 눈부시게 빛났다.
백사장을 밟는 순간, 빛과 소리의 파도가 등 뒤 골목 안으로 쓸려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석양, 바다, 모래, 몸매를 솔직히 드러낸 단벌 팬츠와 비키니.
지도를 보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실제로 와이키키 해변에 모여있었다.
강렬한 빛의 이미지는 시간과 생각의 흐름을 걸쭉한 소스처럼 느려지게 만들었다.
그러다 지평선 부근에 드리워진 구름의 그림자가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음이 눈에 뜨이면
그제야 걸음을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 앉아 뭔가를 불안해하거나 고민할 수 있다면
그는 참으로 삶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나 묵지 못하는 특급 호텔이 아무리 바닷가에 병풍을 친다 해도,
우리의 걸음은 항상 그들보다 더 해변 가까이 있다.
canon A-1 + 24mm
'여행 > 2011 하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과 에세이] 하와이 여행기 (6) - 악순환 (2) | 2012.03.30 |
---|---|
[여행과 에세이] 하와이 여행기 (5) - 나를 인도하는 것 (1) | 2012.03.29 |
[여행과 에세이] 하와이 여행기 (4) - 사적인 처방전 (3) | 2012.03.22 |
[여행과 에세이] 하와이 여행기 (2) - 지게차를 모는 남자 (2) | 2012.03.15 |
[여행과 에세이] 하와이 여행기 (1) - 감정이입 (0) | 2012.03.13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 베짱이세실의 도서관
- To see more of the world
- 데일리 로지나 ♬ Daily Rosinha
- :: Back to the Mac
- Be a reader to be a leader!
- 좀좀이의 여행
- Jimiq :: Photography : Exhibit…
- 반짝반짝 빛나는 나레스★★
- 일상이 말을 걸다...
- S E A N J K
- Mimeo
- Imaginary part
-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전자책 이야기
- Sophisticated choice
- 토닥씨의 런던일기
- 언제나 방콕라이프처럼
- PaRfum DéliCat
- The Atelier of Biaan
- JUNGSEUNGMIN
- 꿈꾸는 아이
- hohoho~
- Write Bossanova,
- Connecting my passion and miss…
- Eun,LEE
- 밀란 쿤데라 아카이브
- 순간을 믿어요
- Margareta
TAG
- 북해도
- 여행
- 이태리
- a-1
- 파리
- 홋카이도
- 트레블노트
- Canon a-1
- 24mm
- 주기
- Portra 160
- 한주의기록
- 이탈리아
- 라이카
- 음악
- 하와이
- 유럽
- 사운드트랙
- 수필
- 홍콩
- 트래블노트
- 책
- 사진
- 일본
- 50mm
- 22mm
- EOS M
- 미니룩스
- 캐논
- 필름카메라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