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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 한다. 떠난 후 잃을 것들을 걱정하느라 주저하면서.
일단 여기를 벗어나기만 하면 모든 희망과 열정의 조각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질 거라 기대한다.
사회적 지위와 먹고 사는 일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의 십 순위 후보에도 올려놓지 않을 거면서.
멀리, 오래 떠나면 충분히 책 한 권은 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결국 문제는 돈, 사람, 시간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완벽한 나의 핑계. 그리고 착각.


두려움

  길 위에서 산다고 가정했을 때,
세월의 일부를 뭉텅이로 잘라 쓸 만큼 먼 길을 떠난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두 가지가 두렵다.
나에겐 길 위에서 주워담은 생각, 감정, 경험을 제대로 표현할 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운이 좋게 그런 재주를 발휘한다 해도
수확한 낟알들이 다른 사람에게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못할 만큼 쭉정이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
핑계를 대고, 두려워하고, 다시 핑계를 대고, 두려워한다.
여물고 있는 게 아니라 부식하고 있다.


Canon A-1 + 24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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