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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의 로마는 덥다.

고대의 시멘트는 햇살 아래서 창백한 베이지색으로 빛나 눈이 부시고

현대의 아스팔트 위를 지날 땐 숨을 쉬기가 힘들다.

그러니 식수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비싼 물값, 바티칸 시국 주변에선 놀라울 정도까지 올라가니까.



아마 수백 년 전에도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아이들이 똑같이 물을 받아 똑같은 소리를 내며 머리에 끼얹었을 것이다.

역사책에도 한 번쯤 언급됐을 배수로에 여전히 깨끗한 물이 흐른다니.

로마를 걸을 땐 시계를 잘 봐야 한다.

여름 날엔 특히 현실감을 잃기 좋은 도시니까.



그런데 이 더운 날에 이럴 수 있는 건 무슨 재주일까?


@Roma, Italy



canon A-1 + 50mm

superia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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