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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점점 더 많은 얼굴들이 증장하고 그 얼굴들이 날이 갈수록 서로 닮아 가는 이 세상에서, 사람이 자아의 도창성을 확인하고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유일성을 확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아의 유일성을 가꾸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덧셈 법뺄셈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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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라는 덧셈법에 따라] 자신의 자아를 좀 더 잘 보이게 하고, 좀 더 파악하기 쉽게 하고, 좀 더 두텁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덧붙여 그것에 자기를 동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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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여기에 덧셈 법에 따라 자아를 가꾸고자 하는 사람들을 희생하는 묘한 역설이 있다. 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자아를 창출하기 위해 뭔가를 덧붙이고자 애쓰지만, 이와 동시에 그 덧붙은 속성들을 선전하며 최대한 많은 이들이 자기들과 닮게 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들 자아의 유일성(그토록 고생한 끝에 획득한)이 즉각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왜 고양이(혹은 무솔리니)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랑으로 만족하지 않고 굳이 다른 사람들까지 그렇게 해 주길 요구하는지 자문해 볼 수 있다. 냉수 샤워에 대한 자신의 취미를 매우 도발적으로 선언했던 사우나의 그 젊은 여자를 돌아보며서 이 물음에 답해 보자. 그런 선을 통해 그녀는 절반의 다른 사람들, 즉 온수 샤워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대번에 차별화할 수 있었다. 불행은 인류의 다른 절반 역시 그녀와 다를 바 없다는 데 있다. 아,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사람은 많은데 생각은 적으니, 어떻게 해야 우리를 차별화할 수 있단 말인가?


- '불멸' 중, 밀란 쿤데라




불멸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1-1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만날 수 있는 쿤데라 문학의 정수!최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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