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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외국에서 생일을 맞이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파리에서라니.

반은 그것 참 느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나머지 반은 혼자 생일을 보내야 한다니 쓸쓸하겠다고 했다.

막상 내게 어느 쪽이었느냐고 묻는다면 고민이 되긴 하지만 나 역시 반반이었다고 답하고 싶다.

너무 정신 없던 하루라 그 어느 쪽도 온전히 느끼질 못했으니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선 어디에 있든 온전히 혼자로 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침에 날아오던 페이스북과 메신저의 메시지로 생일 축하는 충분히 받았으니

새삼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물론 메시지는 메시지일 뿐, 나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직접 축하 인사를 받아보진 못했다.

그래서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내가 대신 축하해 주기로 했다.

황량한 골목을 지나 늦은 밤까지 여는 피자집에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뭐, 배가 엄청 고팠기도 했지만.



주변은 어두컴컴해서 걸어다니기가 무서울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다.

홀로 불이 켜진 작은 매장을 보고 있으니 마치 외딴 섬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밤, 허기를 달래고 대화할 장소가 필요했던 사람들의 안식처.



에드워드 호퍼가 이 장면을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외로운 분위기가 지배하는 곳은 아니었다.

주문을 받는 청년이나 주방에서 피자를 굽는 주방장이나 하는 것 없이 그냥 놀러온 게 분명한 친구들이나

서로 왁자지껄 떠들며 놀면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동양 남자의 출현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도 재미있었고 말이다.



십 유로에 젤 작은 피자 한 판과 콜라, 거기에 타르트까지 껴줬다.

그래, 생일 케이크 대신 초코 타르트다.

공장에서 출고된 이후로 줄곧 냉동 상태로 있었을 것 같지만, 그래도 파리에서 먹는 타르트니까.


피자가 나오는 덴 십오 분 정도가 걸렸다.

그 동안 내가 축구 경기를 보고 있으니까 카운터의 청년은 친절하게 티브이의 각도를 틀어주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 못해도 보는 데 지장 없는 축구 경기가 그렇듯,

친절은 서로 말이 잘 안 통해도 마음껏 베풀 수 있는 그 무엇이다.



만찬도 이런 만찬이 또 없구나.

계란 프라이가 올라간 피자는 처음 먹어 봤는데 식욕이 너무 돋아 한 조각 빼고 모조리 다 먹었다.

결국 생일 케이크 대신이었던 타르트엔 손도 못 댔다.

이 정도면 타지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최고의 생일 파티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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