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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글] :: 파리 여행 노트 - 루아르 고성 #1 쉬농소 성 가는 길



루아르 지역, 고성이 모여있는 이곳으로 오기 위해 파리를 떠난 지 약 세 시간.

드디어 쉬농소 성으로 들어간다.

생각해 보면 엔 꽤 들어가 봤어도 엔 별로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나름 새로운 경험이다.

게다가 널리 알려졌듯이 쉬농소 성은 '여인들의 성'으로도 불린다.

뭔가 남다를 게 있을 것 같은 별명이 아닌가.



성 치고는 우리가 입장할 수 있는 입구는 아주 작았다.

딱 한 사람씩 오갈 수 있는 크기였다.



쉬농소 성이 '여인들의 성'이라 불리는 이유는

앙리 2세의 정부였던 디안느 드 푸아티에와 왕비였던 카트린 드 메디치가 각각 소유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성의 소유자가 주로 여성이었다는(디안느와 카트린을 포함해 모두 여섯 명)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주방이 무척 크고, 성 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녹만 좀 벗기면 당장 쓸 수 있을 것 같은 갖가지 조리기구도 보였다.



사진을 이렇게 찍으면 갑자기 지하 감옥이나 비밀 고문실에 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보기 좋게 하기 위해 포대 자루에 일부러 뭔가를 넣어둔 거 같다.

저 안에 감자가 들어있으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다.



식탁은 얼마나 화려하던지.

물론 해가 지고 난 후, 이곳에서 횃불에만 의지해 밥을 먹을 생각을 하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들기도 한다.



마치 지금도 밤마다 누군가 성에서 거주하기라도 하듯,

벽난로도 타오른다.



겨울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방식이 좋다.



이 화려한 침실은 카트린 드 메디치 왕비의 침실이다.

그녀의 성姓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피렌체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가문인 메디치가家 출신이다.

그런데 앙리 2세가 왕비인 자신이 아니라 정부였던 디안느 드 푸아티에에게 이 성을 선물하니

그녀로서는 얼마나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이었을까.


그러나 사랑이나 권력이나 영원한 것은 없으니,

결국 앙리 2세가 죽은 뒤 이 성은 카트린의 소유로 넘어온다.



세자르 드 방돔의 침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굉장히 어두운 방으로, 무슨 기도실 같았다.

그곳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피하려는 모양이었다.



영원히 고정된 벽에 그려진 그림과

시시각각 변하는 빛으로 그려진 그림의 만남.

둘은 퍽 잘 어울렸다.



체스를 둬도 될 것 같은 화랑에 도달했다.

상층을 모두 보고 내려오면 이곳이 입구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장소다.


팜플렛은 화랑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적 사건을 얘기해 줬다.

세계 이차대전 당시 쉐르강(쉬농소 성은 쉐르강 위에 지어진 성이다.)이 독일군 점령지역의 경계선이었는데

성의 입구는 점령지역에 속해 있었고, 화랑을 통해 나있는 남쪽 문은 비점령지역이었다.

그래서 레지스탕들이 이 화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비점령지역으로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그 이전인 세계 일차대전 땐 성주가 자비로 병원 시설을 만들어 사람들을 돕기도 했다니,

이 화랑은 비단 겉으로만 아름다운 곳은 아닌 셈이다.



성 안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카트린 드 메디치 정원이다.



다른 각도로도 찍어본다.

작은 탑이 함께 나와야 더 아름답긴 하다.



여러 성의 주인이 여성이었다는 걸 차치하고서라도

아름다운 여인처럼 우아해 보이는 쉬농소.



아이폰으로도 찍어보자.

화각은 좀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구도인데

바로 위 사진과 사뭇 달라 보인다.

필름 위에선 그림이 되고, 디지털 안에선 건축물이 되는 성.



아까 멀리서 보았던 둥근 지붕의 건물에도 다가가 보자.

저 좁은 문으로는 무엇이 다닐 수 있을까?



이곳엔 미로 정원이 있는데,

팀 버튼이 감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단다.



성 주변은 어딜 가도 정원이고,

초겨울임에도 녹음이 푸르르며,

잔디를 밟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정원엔 멋진 차림의 프랑스 여성이 있었다.


한 시간 반 남짓 시간을 보낸 우리는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Leica Minilux

portra 160


iPhone 5




댓글
  • 프로필사진 teateacaca 1. 체스판 복도가 가장 인상적이로군요 :D
    2. 역시 유럽 건축물에선 쉽게 드러나지 않는 화장실의 존재. 저 아름다운 곳에서 용변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굳이 궁금해하지 않기로 합니다 ☞☜
    2013.08.12 14:03
  • 프로필사진 프린시아 그러고 보니 화장실은 보지 못 했네요 ㅎㅎ
    예전에 요런 작은 성은 성주들 제외하고
    식솔들은 밖에서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2013.08.13 11:11 신고
  • 프로필사진 알 수 없는 사용자 걸려 있는 칼을 보고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ㅎㅎ 2013.08.12 15:45
  • 프로필사진 프린시아 저도 사진을 저렇게만 찍어 놓으니
    나중에 볼 때 좀 섬뜩하더라구요 ㅎㅎ
    2013.08.13 11:11 신고
  • 프로필사진 좀좀이 칼들이 참...묵직해 보여서 왠지 도끼처럼 보이네요. 성 외관과 칼의 모습이 뭔가 안 맞는다는 생각도 들구요^^ 2013.08.13 00:58 신고
  • 프로필사진 프린시아 커다란 고기를 썰 때 사용했나봐요.
    무슨 작두날 처럼 엄청 컸어요 ^^;;
    2013.08.13 11: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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