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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홍콩 여행기를 마쳤다. 올해 이월에 다녀왔던 여행을 이제야 정리하다니 심란스러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떠나기 한 달 전부터 이번 여행기를 어떻게 쓸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첫 번째 홍콩 여행기를 쓰고 있을 때였고, 두 번째 여행 전에 그걸 마친다고 안간힘을 쓰던 때이기도 했다. 계획은 대사가 참 많은, 심지어 있던 일을 과장까지 하는, 어떻게 보면 소설 같은 여행기를 쓰려던 거였다. D와 Y를 주인공으로 삼고, 나는 두 사람과 우리 셋에게 벌어진 일을 관조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돌려 말해 무엇할까. 결론적으로 계획과 전혀 다른 글이 나오고 말았다. 마치 우리의 여행이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것처럼.
보름마다 한 편은 썼던 첫 번째 여행기와 달리 이번 글은 참 오래 걸렸다. 다른 여행기와 같이 쓰는 바람에 지지부진하게 흘러간 면도 있지만, 거의 한 달마다 한 편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만큼 어려웠다. 짓쳐 쓰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재미도 감동도 스릴도 없는 글을 나 자신 견딜 수 없었다. 비교적 굴곡 없이 흘러간 짧은 나흘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려던 게 에러였을까. 재주가 없어 바라던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인정하기로 한다. 그러한 체념이 사실과 그리 멀지 않은 진실이다. 그래서 다 쓴 지금은 홀가분하다. 숫자가 올라가지 않는 편수를 볼 때마다 지독한 조바심을 느끼곤 했었기 때문이다.
지금 쓰고 있는 북규슈 여행기까지 마치면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하는 여행기는 한동안 쓰지 않으려 한다. 사실 이 여행기를 쓰는 도중 짬을 내어 D와 홍콩을 한 번 더 다녀왔다. 그러니까 세 번째 홍콩 여행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앞선 두 여행기처럼 쓰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여행은 첫 번째 여행조차 넘어설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기행문이라는 형식에 담기엔 무리가 있다. 그것은 우리의 휴가였고, 말 그대로 신 나게 놀다 온 나흘을 서술식 포맷 안에 짜 넣는 건 불가능하다. 도전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까 홍콩의 아침을 본 적이 없었던 홍콩 여행기는 여기서 끝이다. 세 번째 여행 이후 당분간 홍콩은 가지 말자고 다짐했기 때문에 더더욱 이 자리에서 끝이다.
아직도 이번 여행기의 주인공(?)이었던 D와 Y와 함께 두 번째 홍콩 여행을 안주 삼아 씹고는 한다. 글을 진행하는 내내 언급했던 바지만, 우리의 가장 큰 실수는 출발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는 것이다. 그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교훈이다. 여행을 갈 땐 떠남에 대한 예의를 좀 갖춰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도 떠올리면 참 재밌고 웃음 나오던 순간이 많다. 여행기라는 단상 위로 오른 일들, 그렇지 못하고 강단 아래 침몰한 일들 전부가 우리 셋 안에 각자의 해석 필터를 거쳐 남아 있다. 어느 이월의 나흘, 홍콩의 아침을 또 말아먹었던 나흘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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