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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어지면 더 가까워진다는 말엔 어폐가 있지만, 이 문장은 한편으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아포리즘이기도 하다. 미비한 준비 탓에 스마트폰 속 지도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그 틈을 타 메시지도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떠나기 전에는 되도록 연락 두절 상태로 남겠다고 공언했으나 혼자 온 여행엔 유혹이 따른다. 어쩌면 메시지가 나에게 온 게 아니라 내가 메시지를 부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정경을, 이 분위기를, 여기 이 기분을 누군가에게 당장 전하지 않고선 못 배길 지경이었다.
 혼자 있으려는 심보와 혼자 있음을 확인하려는 심보 사이엔 차이가 있다. 내가 어떤 타입의 인간인지 알게 된 순간, 모든 걸 다 버리고 떠날 위인은 못 된다는 것도 더불어 알았다. 소중한 것과 아쉬운 것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이를 두고 행복한 사람이라 말해도 부족하진 않을진대 왜 그 사실은 인정할 수 없는지. 인정하기가 힘든지. 나쓰메 소세키가 소설에서 이런 문장을 썼다. “아무리 안달복달해 봐야 마음의 결착은 죽을 때까지 나지 않는 법이니까.” 아포리즘이라면, 이쪽이 나아 보인다.
 노트에 지난 몇 시간에 관해 끼적일 때야 메시지는 나에게 닿지 않았다. 닿아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 여행을 가고 싶었던 이유의 어느 층위에는 이 글쓰기의 맛을 스물네 시간 내내 음미할 수 있으리라는 오판도 숨어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밀린 메시지를 보면, 집에 온 듯 반가웠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려는 거냐, 에라 모르겠다, 타이핑을 하다 멈추고 또 하다 멈춘다. 손가락이 갈팡질팡한다. 전부 모를 일이었다.




Canon EOS-M + 2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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