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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의 기온까진 아니었지만, 코트 깃을 단단히 여미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었다. 가슴에서 뭔가 새어나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틀어막았다. 눈으로 채우고 싶어도 밤하늘은 미련 한 점 없이 깨끗했다. 맑고 창백한 바람만 어둠 너머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아니, 어쩌면 사람들 마음 안에 것들이 밖으로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가는지도 몰랐다. 겨울이 되면 마음이 허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날이 이 모양이니 거리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모두가 이 이상 초라해지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인적이 드물어 더 추운 것 같고, 추워질수록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고. 해가 뜰 때까지는 악순환이었다. 오히려 길가에 서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사람보다 흔했다. 낡고 두툼한 정장 차림의 택시 운전사들은 하염없이 앞만 보고 있었다. 젊은 운전사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뒷문을 활짝 열어둔 차가 많다. 앞좌석과 뒷자석 사이에 칸막이가 있는 것도 아니라 차 안이 냉동고는 아니더라도 냉장실 정도는 돼버렸을 텐데 환대의 신호라기엔 지나치다 싶었다. 저래서야 빌어먹을 추워서 더는 못 걷겠다며 택시에 오른 승객도 히터가 제대로 돌아갈 때까지 추위에 떨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그 고집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정할 수도 없었다. 차 문이 닫혀 있는 택시보단 열려 있는 택시 쪽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말 놀라운 유혹의 기술이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면 무릇 이 정도 추위나 더위쯤은 견뎌야 할 줄 알아야 하는 모양이다. 당신이 오길 바란다고 두 손 호호 불며 마음을 열어 두는 바람에 그 벽에 성에가 끼고 감각이 마비된다고 해도 문 닫을 생각일랑 일절 하지 않아야 하는 모양이다. 아, 그러다 어느 날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손님이 뛰어오르기도 할 테지. 때로는 아무도 오지 않아 허허하게 문을 닫아야 하는 날도 오겠지. 나는 운전석에서 나와 뒷문을 닫는 손을 상상한다. 스스로 문을 닫는 그 모습을 그려 본다. 바람은 여전히 매섭다. 그러나 다행이다. 일본의 택시는 거의 다 자동문이라니까 그 모습이 그렇게까지 쓸쓸하지는 않을 것이다.



Canon EOS-M + 5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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