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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자전거가 몹시 갖고 싶었다. 겨울의 징조는 채 열 번도 타기도 전에 주차된 그대로 눈이며 비며 찬바람이며 다 두들겨 맞을 자전거를 상상하게 했다. 그래서 몇 번을 망설이고 몇 번을 접었다. 결국 자전거는 사지 못했다. 따뜻한 날이 오면 그때 사도 늦지 않다고, 그러니까 봄의 징조를 기다려 보자고 자신을 설득했다.
 걸어서 갈 수 없는 거리에 대한 희구로부터 여행은 비롯되는가 보다. 시작은 보잘것없는 거리, 예컨대 이런저런 술을 파는 대형 마트나 도시를 흐르는 냇가에 자리 잡은 한가로운 카페 따위로부터였다. 바구니에 장거리를 담아 달리면 그 바람이 날 멀리 데려가 줄 것만 같았다. 최소한 기분은 그럴 것 같았다. 그러다가 자전거가 아주 많이 다니는 도시가 뭉게뭉게 떠올랐고, 그 유유한 속도를 지켜보면 바람이 정말 날 멀리 데려왔다고 실감하리라 믿었다. 그것도 덤덤해지면 자전거가 많이 다니는 도시에서 눈이 많이 오는 도시로, 사람들이 커다란 빵을 종이봉투에 넣어 다니는 도시로, 도시라고 하기에도 뭣한 어느 지점으로 부단히 옮겨가면 되었다. 걸어서 갈 수 없는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겠다. 자전거도 부치고 버스도 부치고 종국엔 기차도 부치겠다. 킬로미터 수가 헤아려지지 않는 곳까지 가고야 말겠다.
 집으로 돌아오면 걷기도 지쳐 며칠은 쉬고 싶어진다. 하지만 자전거를 사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엔 불쑥 되살아날 것이다. 그러면 바구니에 장거리를 담아 달리는 상상으로부터 모든 것은 반복되는 것이다.



Canon EOS-M + 5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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