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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여행 카테고리가 또 생겼다. 맺음 하지 못한 이야기가 수두룩한데 또 꾸역꾸역 판을 벌여놓았다. 무책임한 처사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내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도 비슷한 짓을 반복하고 있으니까 사실 개의치도 않을 것이다. 스스로 지적하고 아무렇지 않게 그 목소리를 무시한다. 그게 나의 일이다.
 28일간의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그랬다. 거의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세 나라(그마저도 확실하진 않다)를 가는데도 알아본 건 비자 문제뿐이었고, 대충 무비자로 다닐 수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나서는 나 몰라라 했다. 오히려 가서 읽을 책(M이 사준 책이다), 가서 글을 쓸 노트(이것도 M이 사줬다), 가서 들을 노래를 고르는 게 더 고민스러웠다. 아니,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아니면 가기 전에 쓰고 있던 삿포로 여행기를 다 쓰거나(결국 이루지 못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읽고 있는 책을 다 읽는 데 열중하기도 했다. 한 달 휴직까지 하면서 가는 여행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완벽히 떨칠 수는 없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8기가짜리 메모리 카드 두 개를 초기화시키고, 일정 중간에 아이폰으로 여행 기록을 올리기 위해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고(이 포스트도 연습 겸 블루투스 키보드로 티스토리 앱에 써서 올린 것이다), 가지고 가야 할 것과 포기할 것을 여전히 고민한다.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걸치면 그땐 정신이 번쩍 들 것 같다. 삿포로 여행기에선 그곳에 간 이유를 꽤나 멋들어지게 썼는데 이번 배낭여행은 그 동기를 문장으로 옮기기가 어렵다. 아마 그곳에 가서, 또는 다녀오고 나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떤 일은 벌어지고 나서야 그 일의 의의가 드러나기도 하니까. 그렇다. 가야겠다. 일단 가보고 이야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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