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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호텔에서 고수가 들어간 쌀국수를 억지로 먹고 픽업 나온 밴에 올랐다. 어제 방갈로에서 묵었던 나머지 친구들이 전부 앉아 있었다. 물론 오늘 닌빈으로 떠나는 타냐는 없었다. 대신 어제 식당에서 잠시 만난 네 명의 프랑스인이 새로 나타났다. 그들도 배를 타고 하노이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이후로는 그저 이동에 이동일 뿐이었다. 언덕을 넘어 항구에 도착하여 배를 탄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 우리는 다른 배로 옮겨탔고, 거기서 또다른 사람들을 만났으나 별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후지필름의 미러리스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베트남 보트카 병을 싸갖고 다니며, 담배도 자주 피우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옆에 사람이 있으면 끊임없이 말을 걸었는데, 주제는 주로 자신의 여행 이야기였다. 여행 중에도 자신의 지난 여정을 이야기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 있다. 하긴 그런 대화를 나눠야 정보도 얻고 영감도 주고받고 할 테니까, 게다가 여행자들에게 여행만큼 강렬한 공통된 관심사도 없으니까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그는 말이 너무 많았다. 쉬지를 않았다. 그가 내가 아닌 다른 여행자들을 붙잡고 있다는 데 안도했다.
배에서 내리기 전, 점심 식사 시간에 혼자 온 독일 남자와 싱가폴에서 온 노부부와 합석했다. 독일 남자는 한국에 온 적이 없었지만, 노부부는 한국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싱가폴은 물론 동남아시아 전반적으로 한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인기라는 점을 지적한 그들은 배우 이민호의 이야기를 꺼냈다. 확실히 이민호의 인기는 이 지역에서 독보적이었다. 나로서는 그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다음에 동남아시아에 올 땐 미리 그의 팬 사인회 같은 곳에 가서 함께 사진을 찍은 다음 그걸 보여주고 다니자는 농담이 떠오르긴 했다. 그래도 친구라고 하면 절대 안 믿겠지?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가 한국을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제주항공 모델이 이민호였다. 그래서 누군가 그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그의 사진을 보여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4월부터인가 제주항공의 모델이 김수현으로 바뀌었더라. (어플리케이션 상에선 재빠르게 바뀌었지만, 팜플렛이라든가 공항의 배너라든가 하는 인쇄물에선 여전히 이민호가 보이곤 했다. 교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노부부에게도 이민호 대신 김수현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친구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들은 그를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듣기로는 김수현이 중국에서 아주 인기가 좋다고 하는데 곧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한다.
육지에 도착한 우리는 미니 밴이 오기까지 남은 삼십 여분 동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밴을 타고 하노이로 돌아오는 길은 하롱베이로 갈 때보다 더 길고 지루했다. 하노이에 내리면 거의 다섯 시에 가까울 판이었다. 오늘은 이동만 하다가 끝나는 느낌이었다. 이제 내일 모레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런 사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만 갔다. 마치 스스로 일어나기를 포기하기라도 한듯 어떤 사건도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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