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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때로 모든 것이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됐으면 하고 바란다. 단 한 문장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일보다는 쉬울 것이다. 한 장의 사진에 들어가는 정보의 양이 한 문장에 들어가는 정보의 양보다 많으니까. 그러나 이젠 단 한 문장으로 모든 걸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며, 그건 오직 한 장의 사진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엔 어떠한 차별도 없고 어떠한 우위도 없다. 그냥 그러할 뿐이다. 혹시나 뭐든지 짧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사진이 더 우월하다는 이야기냐고 반문할까 봐 하는 말이다. 그러니 오해를 빚지 않고자 나는 사진보다 글을 좋아한다고 밝히고자 한다. 여기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데, 한 줄의 문장은 모든 걸 표현하지는 못할지언정 모든 걸 밝혀내는 등불, 단서, 족적은 될 수 있다고 사족까지 달고자 한다. 보라, 후자가 더 멋있기까지 하다.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해 보려 했다. 어려운 문제였다. 일단 내 글을 읽는 손에 꼽을 만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는 게 궁여지책으로 나온 대답이었다. 오늘, 주제 사라마구를 읽다가 내게 어울리는 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에게 써야 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내가 읽기에 좋은 글을 써야 했다. 삶에 지친 이들, 만사에 무감각한 이들, 때로는 기고만장하여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들이나 화장실에 앉아 읽을 심심풀이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써야 하나 싶기도 했다. 허나 도대체 무엇으로 그들을 위로하거나 자극하거나 진정시키거나 아니면 항문이 편하게 제 일을 할 동안 눈도 저 나름의 재미를 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고인이 된 작가는 반쯤 혼이 나간 채 귀로에 오르던 나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냈다. 내가 남들에게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남들보단 나를 조금 더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가능성이 보일 뿐이다. 다행히 내 독서 취향은 확고한 편이다. 손에 꼽을 만한 사람들 역시 나와 취향이 거지반 맞는 이들일 테니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때로는 반기고 때로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방법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뭐라도 알아냈으니까 그만이다.
 이게 왜 몬트리올 여행기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진을 몬트리올에서 찍어서 그렇다. 그리고 이 사진이면 그냥 알아서 제 할 말은 다 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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