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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부리고 에어비앤비에서 빌린 집에 적응을 하기도 전에 배가 고파졌다.

시애틀 여행의 시작은 우선 집 주변 산책으로 하기로 했다.

시애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는 캐피톨 힐Capitol Hill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도 상으로는 가까워 보였다.

지도의 레이어를 한 번만이라도 지형 모드로 바꿨다면 좋았을 텐데.

캐피톨 힐이란 지역 이름에 괜히 Hill이 붙은 게 아님을 우리는 곧 알게 된다.





동네는 한적했다.

주민 모두 일요일의 오수에 빠져있는 것일까.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지다다니는 차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인도 옆에 세워둔 자동차만 각양각생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무들. 일이백 살은 넘을 것 같은 나무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넓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높아 보일 줄은 또 몰랐다.

절로 시선이 위로 올라가니 하늘 볼 일도 분명 많을 것이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집에서 캐피톨 힐로 올라가는 언덕의 경사는 정말 무지막지했다.

각도기의 45도 정도는 거뜬히 채우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그 언덕을 유모차를 밀고 올라가려니

여기서 무엇을 먹든 살이 찌진 않겠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냥 차를 탈걸,

나는 속으로 투덜투덜거렸다.

그러면서도 집이며 가로수며 보이는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답잖아,

속으로 감탄을 멈추지도 못했다.





언덕길을 오르며 사진을 찍은 건 아내인 M.

이 집 말고도 카메라에는 아내가 마음에 들어한 집이 많이 남아 있다.

그중 한 곳을 골라서 살 수 있다면.





우리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먹은 음식은 그리스 요리였다.

Vios Cafe & Marketplace.

903 19th Ave E, Seattle, WA 98112, USA


이 글은 딱히 여행기라고 할 수 없으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링크를 남긴다.





메뉴 이름이 뭐더라.

건강한 맛이었다.

함께 제공된 감자튀김도 바삭하고 담백했는데 양이 정말 많았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인데

여기에도 감자 튀김이 들어가 있었다.

소스라고 해야 하나, 드레싱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스 요거트 같은 그 쌉싸름한 맛도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은 완만한 언덕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걷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어디를 가든 골목은 좋다.





잔뜩 신이 난 아이들이 어느 집 정원에 모여 있었다.

또래부터 시작해 조금 큰 형 누나들까지,

아이들에게 호기심이 많은 아들이 이 친구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캐피톨 힐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의 카페가 두 번째 목적지였다.

이미 지쳐 정작 그 거리는 눈여겨 보지 못했지만.





Espresso Vivace.

532 Broadway E, Seattle, WA, 98102, USA


라떼 아트의 창시자가 이곳에 있었다던가, 그렇게 들었다.

에스프레소 머신 주위에 서 있는 바리스타에게 먼저 주문을 하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방식도 이때부터 적응해야 했다.





햇살이 세상 모든 것을 투과할 것 같은 그런 날.

비가 아주 많이 오는 걸로 유명한 시애틀이 아닌 것만 같았다.

점점 무거워지는 몸으로 햇빛을 받아내자

도대체 이곳이 어디인가,

(너무 자주 쓰는 표현 같지만) 현실 감각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아래는 필름 사진.





바로 테이크아웃도 해 갈 수 있는 카운터.





아마도 포틀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브루어리 Deschute의 맥주를 이때 처음 맛봤다.





캐피톨 힐의 흔한 집.





몬트리올에서도 이 비슷한 사진을 찍었는데.





캐피톨 힐의 Broad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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