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홍콩 여행기, '홍콩의 아침을 본 적이 없다'는 끝났지만,오랜만에 사진을 들춰보다 보니 여행기에 다 붙이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그래서 모아 보았다.(2013년 여행기는 언제 다 쓰누...) 비행은 언제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다시 타고 싶은 타이 항공의 실내. 첵랍콕 공항 짐 찾는 곳에서 본 한 여인.이제 인간은 노트북을 들고 세계 어느 장소에서든 '일'을 하게 됐다.심지어 그건 즐거움이기까지 하다. 첫 날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에서 찍은 사진.여긴 아직 사진을 찍어 파는 사진사가 있었다.예전엔 서울에서도 공원이나 유원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이젠 여의도 공원에서 벚꽃 축제를 할 때나 이분들과의 재회가 가능하다. 인구 밀도 치명적으로 높은 곳, 몽콕.자동차 밀도도 치명적으로 높다.그러나 다..
:: D가 날 깨웠을 땐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나흘 내내, 결국 홍콩의 아침을 본 적이 없다. 잠들기 전, 오전에 짬을 내서 어딜 다녀오자고 계획했던 것 같은데 그게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고, 이제 와선 시간도 없었다. 출국 시각까진 그럭저럭 여유가 있었지만 지체하진 않기로 했다. 대충 씻고 모자를 눌러쓴 후 짐부터 정리했다. 며칠 동안 신세를 졌던 호텔방엔 누군가 장기 체류를 하다가 막 떠난 현장처럼 질서와 어지러움이 공존했다. 수건은 매일 새로 (카트에서 우리 마음대로) 가져왔지만 룸 메이킹은 한 번도 받질 않았다. 방을 청소하는 시간 전에 나가본 적이 없기 때문인데, 사실 침대 시트 네 귀퉁이를 반듯하게 펴는 것 말곤 정리할 거리 자체가 없는 방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 침대마저도 반은 캐리어..
:: 휴일 낮의 센트럴과 월요일 저녁의 센트럴은 확연히 달랐다. 지금껏 별로 본 적 없는 정장 차림의 남녀가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문득 홍콩을 묘사하는 많은 표현 중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가 떠올랐다. 금융업이 발달한 도시는 왜 삶의 속도까지 빨라져야 하는 걸까? 오직 숫자로만 존재하는 실체 없는 이상을 잡기 위해 쉼 없이 뜀박질을 해야 하기 때문일까? 이 도시가 그나마 진취적으로 발을 구르는 곳이라고 한다면, 그저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각박하게 사는 한국은 얼마나 처참한 곳인 걸까? 아니다, 분위기를 바꾸자. 오늘은 밤을 새워 기념해도 부족할 여행의 마지막 날이니까.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홍콩 남자의 헤어 스타일을 두고 흉을 본 적이 있지만, 그들은 실로 정장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 셋째 날엔 몇 시에 일어났는지도 잘 모르겠다. 세 번의 아침 중 제일 늦게 일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간밤에 침사추이를 싸돌아다닌 여파가 밀려오는지 어디 한 군데 안 쑤시는 곳이 없었다. 창문을 열자 어제보단 덜 뜨거운 공기가 얼굴에 닿는다. 흐린 날씨였다. 비가 올까? 한국의 여름이라면 우산을 준비했겠지만 피곤했던 우리는 방수 코팅된 천 뭉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방을 정리하고(워낙 좁아서 정리랄 것도 없었지만) 우리의 몰골도 정리를 좀 했다. 홍콩에 와서 찍은 필름을 세어보니 고작 세 통이었다. 하루에 한 개 반. 여행을 가면 가져간 필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마구 찍는 편인데 홍콩에선 셔터를 누른 횟수가 턱없이 적었다. 아무래도 너무 더워 금방 지치고 아침 일찍 나다닌 적이 없어..
:: 홍콩, 런던, 밴쿠버, 두바이. 이런 주요 도시엔 오픈 탑 투어를 책임지는 빅 버스가 포진해 있다. 빅 버스에 탄다는 건 "저 관광객이에요."라 쓰인 커다란 전광판을 들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오히려 그게 초심자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여력만 된다면 누가 빨간색 이 층 버스에 올라 도시를 누빌 기회를 마다하겠는가. 언젠가 런던에서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빅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생판 모르는 보행자에게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고 환호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모형 자동차 같은 버스 안에선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여기 홍콩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D가 빅 버스 티켓 두 장을 얻어 왔던 것이다. 홍콩의 빅 버스엔 총 세 개 노선이 있는데 그 중 ..
:: 여기가 어딜까? 여행의 둘째 날 아침엔 곧잘 그런 의문과 함께 눈을 뜨곤 한다. 깨어나기 직전까진 분명 내 방 침대 위에서 이 괴상망측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떴을 때 보이는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그래, 난 지금 홍콩이지. 이 좁아터진 방은 우리가 술을 마시다 쓰러진 호텔방이고. 에어컨을 그대로 켜놓고 잤구나, 목이 칼칼하고 몸이 으슬으슬하군. 그런데, 난 언제부터 자고 있었던 거지? 의식을 찾으며 하나씩 상황을 이해해 가는 과정은 수여 개의 전등을 차례대로 켜는 느낌과 비슷하다. 상황이 좀 정리가 되자 머리가 무겁고 입안에 술 냄새가 가득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지만, 얇은 천조각은 자비 없는 햇살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저건 아침 햇살이 아니다 싶어 시계를..
:: 한 번 고생해서 그런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특히 밤에 더 날카로워지는 D의 감각이 큰 도움이 되어 낮 풍경을 뒤집어 놓은 듯한 요지경을 지나면서도 길 한번 헤매지 않고 몽콕 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퇴근 시간은 피한 것 같지만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거나 시내로 나가는 인파가 엉켜있는 모양이었다. 이 많은 사람이 낮에 보았던 아파트에 포개져 들어가는 상상을 하자 인간 피라미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현기증이 일었다. 제대로 된 열차를 타는 것은 제대로 된 출구를 찾는 것보단 훨씬 쉬었다. 몽콕도 두 가지 노선이 겹치는 환승역이지만, 각 노선이 한국처럼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위아래 층으로 나누어져 있어 헷갈릴 일이 없었다. 이처럼 홍콩 지하철을 몇 번 ..
:: 몇 시간 전에 먹은 기내식만으론 피로를 감당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호텔로 오며 지나쳤던 현지 식당들을 떠올려 봤지만, 지금 당장 도전하긴 무리였다. 안전한, 보장된, 그러면서 우리가 좋아할 만한 메뉴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햄버거 같은. 방 크기에 적응을 좀 하고 나서 (다시 들어올 때 또 놀라면 안 되니까) 호텔을 나섰다. 로비엔 페인트 냄새와 분진이 떠돌고 있었다. 계단 한쪽은 막힌데다가 형편없이 좁아서 단체 두 팀만 엘리베이터 앞에서 맞닥트려도 엉겨붙어 지나가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면 최소한 호텔 외관보단 그럴싸하게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니 똑같이 뜨겁고 습한 거리라도 발걸음이 가볍다. 지도 없이 낯선 길을 따라 걸으며 여행의 즐거움 중에서도 ..
:: 공항철도를 기다린다. 스크린 도어에는 휴고 보스 정장을 입은 주윤발 선생께서 "살 만하냐?"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내려보고 계신다. 승차장은 한가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승무원 한 명,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 그리고 비즈니스맨 몇 사람이 전부다. 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기 때문에 아수라장을 각오했었는데 생각보단 한가한 도시라고 지레짐작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도착했고, 현대 문명의 지향점을 상징하는 듯한 실내 - 깨끗하고 단단해 보이는 세라믹 코팅의 내장재, 우주선에 달려있으면 어울릴 듯한 기다란 창문, 웅웅거리는 낮은 소음만으로 움직이는 차체 - 가 우리를 맞이했다. 하지만 내·외관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바깥세상과 칼로 그은 것처럼 차가운 실내 공기였다. 에어컨의..
- Total
- Today
- Yesterday
- 베짱이세실의 도서관
- To see more of the world
- 데일리 로지나 ♬ Daily Rosinha
- :: Back to the Mac
- Be a reader to be a leader!
- 좀좀이의 여행
- Jimiq :: Photography : Exhibit…
- 반짝반짝 빛나는 나레스★★
- 일상이 말을 걸다...
- S E A N J K
- Mimeo
- Imaginary part
-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전자책 이야기
- Sophisticated choice
- 토닥씨의 런던일기
- 언제나 방콕라이프처럼
- PaRfum DéliCat
- The Atelier of Biaan
- JUNGSEUNGMIN
- 꿈꾸는 아이
- hohoho~
- Write Bossanova,
- Connecting my passion and miss…
- Eun,LEE
- 밀란 쿤데라 아카이브
- 순간을 믿어요
- Margareta
- 사운드트랙
- EOS M
- 홋카이도
- 북해도
- 여행
- 책
- 필름카메라
- 미니룩스
- 이태리
- 일본
- 파리
- 사진
- Portra 160
- 캐논
- 24mm
- 하와이
- 50mm
- 홍콩
- 한주의기록
- 음악
- a-1
- 트래블노트
- 트레블노트
- 이탈리아
- 라이카
- 22mm
- Canon a-1
- 수필
- 주기
- 유럽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