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아이폰으로 찍은 시암 파라곤 사진은 없다.) iSanook에서도 체크아웃을 한 우리는 기차역으로 가 유료로 짐을 맡겼다. 그리고 다시 카오산 로드로 이동해 아점으로 피자를 먹고, 커피 월드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거기서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치앙마이행 열차는 밤 10시 출발인데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그래서 어디를 또 들를까 고민하다가 시암 역 쪽에 있는 쇼핑센터 단지에 가기로 했다. 돈도 좀 아끼고 체험도 해 볼 겸 버스를 탔다. 에어컨이 없는 버스였는데 정말 지독히 더워서 내려서 걷는 게 더 상쾌할 정도였다. 방콕의 버스에선 차장 같은 사람이 돌아다니며 버스비를 받았다. 차가 끊임없이 흔들려도 균형을 잃지 않는 두 다리가 굳건한 남자였다. 게다가..
저녁 무렵의 카오산 로드. 우리는 마카로니 클럽에 가서 버킷으로 술을 마시며 흥을 돋우다가 로띠와 마타바를 먹으러 길을 나섰다. 그러다가 방향을 잘못 틀어 멀리까지 흘러갔다가 돌아와 결국 유명한 곳에서 태국의 간식을 먹어 보았다. 굉장히 지쳐있었고, 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어디에 들어갈지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일단 더 허브라는 펍에서 가볍게 한 잔을 더 한 후, 카오산 로드 한 가운데에서 가장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마주보고 있는 두 술집 중 한곳에 들어갔다. 음악 소리가 얼마나 큰지 테라스 쪽에 앉은 이들 중 흥을 못 이기는 이들은 물론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행인들도 잠깐씩이라도 춤을 추다가 지나갈 정도였다. 사람들은 카메라로 춤을 추거나 새카맣게 앉아있는 취객들을 찍기도 했다. 내심 카오산 ..
어스름 즈음에 바를 나와 우리는 카오산 로드 주변을 걸어 다녔다. 우리에게도 목적은 있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그러니까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보며 꼭 먹어야 할 것을 먹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던 것이다. 맥주를 마셔서 그리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천천히 저녁거리를 생각할 때였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온갖 식당과 펍과 카페와 숙소가 즐비했고, 왜 사람들이 카오산 로드에서 몇 주, 몇 달씩 체류하는지 알 것 같았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거리 전체가 보물 창고나 다름없었다. 골목 골목은 여러 구획으로 나뉜 창고의 저마다 다른 열쇠였다. D의 능력을 다른 글에서는 여러 번 밝혔긴 했으나 여기서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그는 현재 위치에서 우리에게 꼭 맞는 장소를 ..
카오산 로드의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밀림 속의 거리, 밀림에 온 도시인들의 축제, 그리고 선명, 선명, 또 선명한 원색의 향연. 그 이상의 표현은 나에게 오랫동안 숙제가 될 것 같고, 그래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면 다시 오면 그만일 것이다. 우리가 걷는 곳은 정확히 말하자면 카오산 로드의 옆길, 그보다 훨씬 모든 것이 밀집한 거리였다. 수십 년 넘게 자란 듯한 나무가 가지로 건물을 쓰다듬고, 덩굴은 건물에 달라 붙어 공생하며, 음악은 스피커로 스며들고 사람들은 고향에선 노출하기 힘든 부위까지 드러내며 열기를 흡수한다. 펍이나 카페 의자에 앉아 길을 바라보며 앉은 사람들은 지나가는 다른 여행자를 구경하거나 책을 읽거나 멍한 시선으로 사색(또는 무념)에 잠겨있다. 비가 그치고 요란한 등장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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