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그림을 통해 가보지도 않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교회가 친숙해졌지만 정작 캔버스에 그려진 인상적인 외관 때문에 교회 내부는 어떤 곳일까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불안한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한 여인에 대해 더 궁금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곳은 아직도 마을의 종교적인 성소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고,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며 익숙한 방식으로 인식되던 어떤 대상에게서 전혀 다른 면을 발견한 듯한 신선함을 느꼈다. 강압적이고 깐깐한 상사가 가정에서 다정한 태도로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나 매일 지나치던 골목길 안쪽에 관리가 잘 된 작은 공원이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의 느낌처럼 말이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저절로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며 작은 소리 하나 내지 않으..
:: 전야제 종로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전집에 오늘따라 사람이 없다. 언제나 일 층은 물론 지하까지 만석이었는데 원하는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나와 Y는 가운데쯤에 자리를 잡고 D를 기다렸다. 평소 야근은 내 앞에 앉은 Y의 몫이지만, 여행 전날엔 불운의 여신이 항상 D의 편이 된다. 언제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D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D는 홍콩 여행은 비행기를 타는 순간이 아니라 떠나기 전날 오후, 여기 서울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라 정의하곤 했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나와 Y의 상황에 입력한다면, 우린 지금 여행의 동반자가 짧은 휴가를 가는 와중에도 일거리를 잔뜩 챙겨 나온 꼴을 지켜보고 있는 셈이었다. 작년 9월에 홍콩으로 뜨기 전에도 셋이 술을 마셨다. 그땐..
아침 햇살이 비껴 반짝이는 우아즈 강변엔 어떤 특별한 장면이 있는 게 아니었다. 조깅을 하는 마을 사람들을 한둘 지나쳐 보내고 나면 다시 찬 바람과 정적이 그 자리를 채웠다. 너무나 한가해서 이대로 마을 어딘가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 늦잠을 청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천박한 간판도 없고 지나친 도태도 없이 오랜 세월 이대로 쭉 이어져 왔을 모습은 우리네 시외 작은 고장이 배웠음직한 미덕이었다. 만약 이곳에서 빈센트 반 고흐가 마지막 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공동묘지에 동생과 함께 눕지 않았다면, 이 작은 마을은 이토록 널리 알려지지 못했으리라. 고흐의 엄청난 팬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의 수많은 그림과 그 만큼 수많은 편지를 보고 읽은 사람으로서 그가 걸었던 길 중 하나를 걷기로 했다. 작은..
그림은 실제로 눈앞에서 볼 때가 제일 좋지만 사진에 담아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 가지 각도로 고정되고 색온도에 따라 색감이 틀어져 원본과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림을 잘 못 그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그림을 찍음으로써 위안을 삼자는 심산이기도 하지만. 피그말리온 효과까진 아니어도 가까이에서 찍은 그림은 그 자체로 한 장의 사진을 그림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액자 주변의 실사조차도 누군가 붓으로 그려낸 듯한 결과물로 바뀐다. 그 비현실적인 느낌이 좋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노력에 비하면 셔터를 누르는 건 턱없이 쉬운 일이라 무임승차를 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몽마르트 언덕에선 건물의 벽이 유화 물감을 바른듯 진득한 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거리 전체가 거대한 회화로 보이기도 했다. 그림 ..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제외하고 파리에서 그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몽마르트 언덕의 테르트르 광장일 것이다. 마침 늦겨울의 햇살이 광장 안으로 곧장 떨어지는 시간이었다. 자연광과 어우러진 화폭의 색채에 눈이 부셨다. 만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주광의 영역에 있었음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느낌이었다. 하긴 이렇게 많은 화가들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모여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긴 하다. 화가들의 실력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뭐라 대답할 말이 없다. 테르트르 광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념품 매장이니까. 그림의 주제는 대체로 관광객인 당신이거나 사진으로 미처 담지 못한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 그 두 가지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선 뛰어난 예술 작품보단 파리를 기념할 수 있는 뭔가를 얻어가기..
- Total
- Today
- Yesterday
- 베짱이세실의 도서관
- To see more of the world
- 데일리 로지나 ♬ Daily Rosinha
- :: Back to the Mac
- Be a reader to be a leader!
- 좀좀이의 여행
- Jimiq :: Photography : Exhibit…
- 반짝반짝 빛나는 나레스★★
- 일상이 말을 걸다...
- S E A N J K
- Mimeo
- Imaginary part
-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전자책 이야기
- Sophisticated choice
- 토닥씨의 런던일기
- 언제나 방콕라이프처럼
- PaRfum DéliCat
- The Atelier of Biaan
- JUNGSEUNGMIN
- 꿈꾸는 아이
- hohoho~
- Write Bossanova,
- Connecting my passion and miss…
- Eun,LEE
- 밀란 쿤데라 아카이브
- 순간을 믿어요
- Margareta
- EOS M
- 책
- 북해도
- 여행
- 수필
- 미니룩스
- 트래블노트
- 하와이
- 사운드트랙
- 홍콩
- Portra 160
- 이탈리아
- 음악
- 22mm
- 유럽
- 일본
- 이태리
- 한주의기록
- 사진
- a-1
- 홋카이도
- 주기
- 파리
- 캐논
- 50mm
- 라이카
- Canon a-1
- 트레블노트
- 필름카메라
- 24mm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