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피에트로 광장은 긴 회랑으로 둘러쌓여 있다. 광장 어디에 서면 회랑의 여러 기둥이 하나로 겹쳐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땡볕에 잠깐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기둥이 겹쳐보이는 신기한 자리보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더위를 피할 목 좋은 장소였다. 그래서 회랑 안으로 들어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회랑 기둥의 주춧돌에 둘러앉아 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연, 이곳은 태양에 노출되지 않고 종종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식히며 산 피에트로 광장의 모습을 지켜보기 좋은 곳이다. 몇 시간이고 앉아 식수대에서 뜬 물을 나눠 마시면서 이탈리아의 여름을 이겨내기. 이상하게 차분해지는 경건한 분위기는 덤. @Vatican City canon A-1 + 50mm superia 200
8월 중순의 로마는 덥다.고대의 시멘트는 햇살 아래서 창백한 베이지색으로 빛나 눈이 부시고현대의 아스팔트 위를 지날 땐 숨을 쉬기가 힘들다.그러니 식수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안 그래도 비싼 물값, 바티칸 시국 주변에선 놀라울 정도까지 올라가니까. 아마 수백 년 전에도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아이들이 똑같이 물을 받아 똑같은 소리를 내며 머리에 끼얹었을 것이다.역사책에도 한 번쯤 언급됐을 배수로에 여전히 깨끗한 물이 흐른다니.로마를 걸을 땐 시계를 잘 봐야 한다.여름 날엔 특히 현실감을 잃기 좋은 도시니까. 그런데 이 더운 날에 이럴 수 있는 건 무슨 재주일까? @Roma, Italy canon A-1 + 50mmsuperia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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