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정을 통틀어 오늘 제일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치앙마이를 떠나 화이트 템플을 거쳐 태국과 라오스 국경 마을인 치앙콩으로 간다. 여행사에 예약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을 만날까 기대를 했었는데 오전 10시 20분쯤 우릴 데리러 온 밴에는 브라질에서 온 남자와 칠레에서 온 여자, 그리고 태국 여인과 그의 프랑스인 남자친구가 타고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20분이 지나도 데리러 오는 사람이 없어 사기라도 당했나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역시 조금 늦기만 했을 뿐 별일 없이 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곤 영국에서 온 여성과 독일에서 온 것 같은 커플까지 합승한 후 아름다운 치앙마이를 떠났다. 치앙마이에서 더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그 주변이 한국의 시골과 흡사했다. 밭이 ..
여기서 여행을 하며 보았던 길거리의 개와 고양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외국을 다니다 보면 유독 개와 고양이갸 많다는 걸 깨닫고는 한다. 유럽에선 대체로 애완견이 눈에 많이 띈다면, 태국과 라오스에서는 종자를 알 수 없는 큼직한 개들이 많이 보였다. 다른 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 줄로 묶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길거리에 큼지막한 개가 앉아있으면 털이 쭈뼛 설 정도로 놀라고는 했는데, 녀석이 마음만 먹으면 일 초 만에 나에게 뛰어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너무 후텁지근한 날씨 탓인지 녀석들은 움직일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방콕에서는 내 바로 옆에 시커먼 개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고 흠칫 놀랐는데, 녀석은 나를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늦잠을 잔 관계로 혹시나 해 볼까 했던 집라인 투어는 물 건너 갔다. 게다가 너무 비싸기도 했다. 대신 치앙콩까지 올라가 라오스 훼이싸이로 넘어간 다음 배를 타고 루앙 프라방으로 가는 여행사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무려 2박 3일에 걸친 긴 여정이었지만, 숙박도 하루 포함이고 밥도 주는 데다가 슬로우 보트도 예약이 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루트는 고려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배를 타고 메콩 강을 따라 라오스 루앙 프라방으로 간다! 게다가 한 사람당 1,600~1,850밧 이었으니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느린 배니까 멀미도 하지 않을 것 같았고. 우리는 늦은 점심도 먹고 빨래도 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나갔다. 하루하루를 아주 빠르게 소진하는 느낌과 여유를 만끽하며 휴가를 즐기는 느낌이 번갈아 찾아왔다. 밤..
밤에도 멀리 나가지 않고 구시가지에서 놀기로 했다. 조 인 옐로우라는 펍이 제법 유명한 모양이었다. 한량처럼 가방도 들지 않고 걸어가 우선 조 인 옐로우(Zoe in yellow) 바로 옆에 있는 48 가라지라는 야외 바에서 버킷으로 쌩쏨 하이볼을 마셨다. 말끔한 옷을 입은 종업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친절했다. 여전히 모기가 극성이었지만, 밤바람은 방콕보다 훨씬 시원해 야외에 앉아있을 만했다. 시원한 초가을 밤으로 훌쩍 뛰어넘은 기분이었다. 카오산 로드처럼 엄청난 사람으로 붐비는 곳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그에 못지 않았다. 여자들은 술을 마시면서 테이블 위에서 카드 게임을 했고, 조 인 옐로우의 스테이지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열차로 넘어오며 음주를 하루 쉬었더니 버..
치앙마이 기차역에서 내렸을 때, 잠깐 방콕과는 다른 나라로 온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느꼈다. 어떤 색다른 풍경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열차에 있다가 밖으로 빠져나와서 그런 모양이었다. 하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조용하고 한적하다는 건 사실이었다. 플랫폼으로 쏟아져 나온 각국의 여행자들은 무거운 배낭을 흔들며 인포메이션 부스에서 지도를 얻고 자기가 가야 할 곳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특히 서양인들의 60, 70리터 짜리 배낭은 압도적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여행을 하길래, 도대체 무엇을 그리 챙겨다니길래 저 큰 가방이 꽉 차 있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먹고 다니길래 저 큰 가방을 초등학생 책가방 메듯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이번 여행에 ..
드디어 야간열차를 탈 시간이었다. 유럽 배낭여행 이후로 야간열차는 처음이었다. 몇 번 기차역을 오가며 보았던 기차들은 대체로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D가 짐을 맡기고 받은 영수증을 잃어버려 약간의 헤프닝을 거쳐 짐을 찾은 후, 밤에 먹을 햄버거와 콜라, 비누와 수건 등을 샀다. 한 시간 전에도 탑승할 수 있길래 객차에 올라봤는데 이등석 에어컨 쿠셋을 예약한 덕인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오히려 에어컨이 너무 세서 밤에 어지간히 춥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초록색 커튼을 걷어 위 칸에 짐을 올리고 시범 삼아 가만히 누워보았다. 유럽에서 탔던 위 칸보다 훨씬 넓고 아늑했다. 이건 거의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이 간식거리를 들고 하나씩 들어와 침대 위에 올라가더니 커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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