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외국에서 생일을 맞이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파리에서라니. 반은 그것 참 느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나머지 반은 혼자 생일을 보내야 한다니 쓸쓸하겠다고 했다. 막상 내게 어느 쪽이었느냐고 묻는다면 고민이 되긴 하지만 나 역시 반반이었다고 답하고 싶다. 너무 정신 없던 하루라 그 어느 쪽도 온전히 느끼질 못했으니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선 어디에 있든 온전히 혼자로 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침에 날아오던 페이스북과 메신저의 메시지로 생일 축하는 충분히 받았으니 새삼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물론 메시지는 메시지일 뿐, 나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직접 축하 인사를 받아보진 못했다. 그래서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내가 대신 축하해 주기로 했다. 황량..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제외하고 파리에서 그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몽마르트 언덕의 테르트르 광장일 것이다. 마침 늦겨울의 햇살이 광장 안으로 곧장 떨어지는 시간이었다. 자연광과 어우러진 화폭의 색채에 눈이 부셨다. 만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주광의 영역에 있었음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느낌이었다. 하긴 이렇게 많은 화가들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모여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긴 하다. 화가들의 실력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뭐라 대답할 말이 없다. 테르트르 광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념품 매장이니까. 그림의 주제는 대체로 관광객인 당신이거나 사진으로 미처 담지 못한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 그 두 가지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선 뛰어난 예술 작품보단 파리를 기념할 수 있는 뭔가를 얻어가기..
혼자서 뭘 하는 걸 좋아한다. 엄밀히 말하면 혼자 하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일을 좋아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진 찍기가 그렇다. 여행은 아직 잘 모르겠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제일 중요한 만큼 죽이 잘 맞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인 편이 낫겠지. 하지만 난 나를 꽤 좋아하니까 혼자, 나와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글과 사진은 절로 따라오니까. 예전엔 그러지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식당에서 혼자 밥먹는 게 어색하지 않다. 죽이 잘 맞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식사도 여행만큼이나 고역이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회성이 아주 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마저도 다 깎여나간 모양이다. 툭하면 몸도 마음도 체한 것처럼 무거워지기에 십상이니까. 어쩌다..
[바닐라 스카이의 짧은 유럽 여행기 (5) - 파리, 셋 그리고 하나 더] 보기 딸깍. 전화가 끊겼다. 그녀에게 이제 곧 베네치아행 비행기를 탄다고 말한 참이었다. 샤를 드 골 국제공항 터미널 2-F. 나는 12시 35분 출발 예정인 에어프랑스 1726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지금껏 심술 맞게 굴었던 태도가 미안했던지 격자형의 철골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파리에서 본 것 중 가장 밝고 힘이 넘쳤다. 터미널은 거의 만원이었다. 게이트 앞 좌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자신이 왔던 곳으로,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떠날 준비에 한창이었다. 수면 부족을 만회하거나, 인터넷 존에서 노트북을 이용하거나, 잡지를 보거나, 또는 무언가를 쓰면서 말이다. 사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이 터미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
[바닐라 스카이의 짧은 유럽 여행기 (4) - 파리, 셋] 보기 Saint-Michel 역 앞에 다시 섰을 때 나는 차라리 울고 싶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오르내리느라 배가 무지막지하게 고팠고, 비에 젖어 축 가라앉은 옷 때문에 몸은 으슬으슬했기 때문이다. 일단 뭣 좀 먹자는 심정으로 정처 없이 남서쪽으로 걸었다. Saint-Michel 역에서 Saint Germain des prés 역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좁은 골목길엔 정말 수 없이 많은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곳도 많았는데 한쪽 테라스에 앉은 사람이 반대편 테라스의 손님에게 말을 걸 수도 있을 정도였다. 카페의 조명은 습기에 찬 대기 속에서 차분하고 농도가 짙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을 오랫동안 쬐며 걷고..
바닐라 스카이의 짧은 유럽 여행기 (3) - 파리, 둘 그리고 하나 더] 보기 겨울이 되면 프랑스는 우기에 접어든다. 특히 북부 지방에 비가 자주 내리는데 파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파리 사람들은 가벼운 비 정도는 그냥 맞고 다닌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흐린 하늘을 보게 되면 이곳 사람들은 우산을 챙겨 나갈까 아님 곧 세탁을 해야 할 두터운 코트를 입고 나갈까. 파리에 머물렀던 나흘 내내 날씨가 맑은 적이 없지만, 우산을 들고 나온 이들을 본 적도 없다. 그런 걸 보면 우산은 그들의 가방 안에 숨어있거나 집안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아침부터 비가 올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우산도 그랬다. 정확히 말하면 동행인의 우산은 그의 배낭 안에 있었고, 내 것은 한국에 있는 내 방 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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