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끼엠 호의 북쪽, 구시가지를 향해 가는 길은 아주 북적였다. 현지인을 상대로 하는 가게가 즐비하고 주차된 오토바이가 인도를 점령하고 앞서 나가려고 애쓰는 달리는 오토바이는 차도를 점령했다. 하노이에서 안전하게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걷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오토바이를 무시해야 한다. 그들이 알아서 나를 비켜가 주니까. 종종 경적을 울리는 이들이 있지만, 그것 역시 무시하면 그만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몰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류는 정장을 입고 타는 이들이다. 오토바이와 정장은 얼마나 부조화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잘 어울리는지. 두 발 전동차를 타고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남자들은 넥타이를 휘날리고 여자들은 다리를 꼭 붙여 치마가 뒤집어지지 않게 애쓴다. 여..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하노이의 기온은 삼십 도 초반을 넘지 않았는데 비엔티안의 더위가 우리를 따라온 모양이다. 오늘은 삼십 도 중반에 습도도 높았다. 체감온도를 확인해 보니 무려 사십이 도. 습도는 64%다. 그냥 걷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우리만 유난을 떠는 건 아닌 모양인지 여행자들은 물론 베트남 사람들도 아주 지쳐보였다. 딱히 인사할 거리가 없을 때, 그들은 오늘 너무 덥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하긴 열 번 반복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그만큼 살인적인 날씨이긴 했으니까. (체감 상으론 이번 여행 중 가장 더운 날이었다.) 그리하여 이 끔찍했던 날의 기록을 빠르게 쓰고자 한다. 떠올리기만 해도 땀이 나려하니까 말이다. 호텔에선 아침부터 물이 나오지 않아 머리를 감다 말고 욕실에서 튀어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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