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스카이의 유럽여행기 (18) - 프라하, 셋. 프라하 성] 보기 맥도날드는 많은 배낭 여행자들에게 있어 일종의 성지다. 빠듯한 예산과 일정 안에서 돈과 시간을 아끼기엔 이보다 안성맞춤인 곳이 없다. 탄수화물, 단백질, 약간의 비타민과 다량의 나트륨, 그리고 풍부한 지방이 함유되어 있으니 일단 인간은 햄버거만으로도 움직일 순 있는 셈이다. 그저 영양소의 비율이 문제일 뿐이지. 맥도날드가 들어선 지역을 붉게 표시한 '맥도날드 지도'를 보면 이 패스트푸드 공장이 세계 곳곳에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비만과 성인병, 거대 자본에 의해 변질된 인간의 식습관 같은 문제들을 잠시 뒤로 밀쳐놓으면 재미있는 사실이 보인다. 이런 전 세계적인 매장에 발을 들임으로써 여행지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이겨낼 수도..
[바닐라 스카이의 유럽여행기 (17) - 프라하, 둘] 보기 다시 프라하 성을 오르던 순간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명소로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로, 카를교에서 바라본 자태를 떠올린다면 누구나 그 거대한 성곽이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갖고 있었을 호기심이 - 저 그림 같은 풍경 속엔 도대체 어떤 것들이 숨어있을까? - 이제 막 충족될 찰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지에서의 기대는 곧잘 깨어질 위험에 처하는 위태로운 존재다. 이 길의 끝에서 프라하 성도 우리의 기대에 무관심한 곳이었단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상처 받으면서도 다시 사랑에 빠지는 짓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로선 매번 새로운 기대를 잉태하는 것 역시 멈출 도리가 없다. 프라하 성으로 들어가자. 입..
[바닐라 스카이의 유럽여행기 (16) - 프라하, 하나. 구시가지] 보기 카를교에서 프라하 성으로 올라가려면 적잖이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성을 머리 위에 얹은 흐라트차니 언덕을 오르기 위해서다. 그다지 높은 언덕은 아니지만 워낙 시선을 빼앗는 장면이 많아 앞만 보고 걸을 순 없다. 빙빙 돌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미로가 있달까. 울퉁불퉁한 돌길을 걸을수록 도시가 자세를 낮추더니, 마침내 색 바랜 적갈색 지붕을 우리의 발밑에 내려놓는다. 군데군데 눈이 덮여 배색이 더 멋스러웠는데, 언뜻 보면 붉은 빵 위에 파우더를 뿌려놓은 것 같다.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게 어찌 프라하 시내의 전경뿐이겠냐만은 앞으로도 겨울 여행을 고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바로 여기서이다. 점점 성이 가까워진다. 새삼스레 뒤를 돌아..
[바닐라 스카이의 유럽 여행기 (15) - 프라하로 가는 길] 보기 프라하의 중앙역인 Hlavni nádrží의 역사는 작은 공항을 연상케 한다. 외국으로 오고 가는 열차가 주로 이곳을 거치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렸다. 누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할 순 없었지만 그들이 끌고 가는 캐리어, 또는 등에 맨 배낭을 보면 길을 떠난 사람이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은 반도국에다가 분단국이기까지 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참 생소한 일일 수밖에 없다. 우선 가지고 있는 돈을 체코화인 코루나로 바꿔야 했다. 역의 환전소는 환율이 안 좋다고 하여 남은 유로화도 소진할 겸 가지고 있던 30유로만 모두 바꿨다. 그리곤 24시간 교통 패스를 ..
[바닐라 스카이의 짧은 유럽 여행기 (14) - 빈(비엔나), 다섯. 케른트너 거리] 보기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여행을 정의하는 많은 달콤한 말 가운데 알랭 드 보통의 이 한마디만큼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말도 없다. 덧붙여 그는 여행의 모든 운송 수단 중에서도 '기차'를 제일의 산파라고 말한다. "열차 밖의 풍경은 안달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그러면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인다." 실제로 끊임없이 변하는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다 열차에서 내리면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차 여행에 낭만을 품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눈이 많이 내리던 빈의 마지막 모습. 그런 연유에서인지 아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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