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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9시쯤 출발한다고 해서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머리가 좀 아프긴 했지만, 교복을 입고 스쿠터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내려다 보니(방이 2층에 있었다.)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라오스는 스쿠터를 몰 수 있는 연령 제한이 매우 낮은 모양이었다. 집과 학교가 꽤 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간밤에 어디서 잤는지 모를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 대열에 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미리 바게트 샌드위치를 주문해 점심 대비를 하고, 물을 샀다. 오늘은 더 긴 슬로우 보트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끝에 루앙 프라방이 있기도 했다.
오늘 탄 슬로우 보트는 전날보다 더 작은 배였다. 여정이야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침엔 쌀쌀하더니 정오에 가까워지면서 겉옷을 벗어야 했고, 한두 시에 이르러서는 또 개처럼 헥헥거려야 했다. 덥기는 어제보다 더 더웠다. 전날도 탔으니 적응이 좀 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글을 쓰다가 곧 포기하고, 책을 읽다가 곧 포기했다. 잠도 오지 않았다. 풍경은 보다 풍부한 색을 띠었지만, 벌거벗고 강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제외하면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루앙 프라방 같은 곳에선 일부러 한두 시간 정도 배를 타고 메콩 강을 유람하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오늘은 몇 시간일까. 여덟 시간? 아홉 시간? 배 위에서 유유히 흐르는 메콩 강을 바라보며 사색에 젖은 글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몹시 미안하게 생각한다. 굳이 몇 마디 더 붙이자면, 메콩 강 주변엔 그 본질을 뚫어볼 도리가 없는 삶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때때로 배가 정박해 마을이 있을까 의문스러운 언덕으로 올라가는 라오인들을 보면, 이 모든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는 오랜만에 집에 왔다는 편안함이 엿보였다. 보따리를 매고 신발을 벗은 다음 천천히 언덕을 오르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우리의 삶과 그들의 삶을 비교하겠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누가 더 행복한지, 또는 누가 더 행복에 가까울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는 도대체 뭘 그렇게 바라고 꿈꾸고 시도하고 있는 걸까.
반대로 마을에서 내려와 우리가 탄 배에 오르는 이들도 보았다. 한 가족이 강가로 오더니 떠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어른들이 쓰다듬어 주며 안전을 기원하기도 했다. 배를 타는 아이들에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잔뜩 널브러진 이방인들 사이로 걸어오는 이들은 조금 겁먹은 표정이기도 했다. 이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여행자들이 방만하고 무례하게 느껴졌다면, 그런 지적은 지쳐있던 나에게 먼저 던져야 하겠다. 당시에는 마음조차 열에 익어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내가 얼마나 끔찍한 투정을 부렸는지 깨달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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