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키나와 여행기 - 십 년 지난 필름처럼
필름은 유통기한이 십 년이나 지나 있었다. 그걸로 오키나와를 찍자 그곳은 십 년 전,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시절로 돌아가 버렸다. 십 년, 이십 년, 또는 삼십 년 전으로. 내가 오키나와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앳된 시절로. 필름으로 찍은 사진은 그저 크기만 줄여주면 그만이었다. 더는 손댈 곳이 없었고 손을 댈 수도 없었다. 그 간편함이 좋았다. 간편하다고 가벼운 건 아니었다. 왜 하필 황토색으로 물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 오키나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하늘은 파랗고 또 파랬는데 말이다. 나와 M은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쨍한 사진도 수백 장이지만, 벌써 그 시간이 아련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필름 사진이 더 사실적이었다. 사람이 기억하는 방식은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
여행/2016 오키나와
2016. 3. 18.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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