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번 우리 일정 중 가장 글로 옮기기 힘든 시간이 아닐까 한다. 토요일 밤, 란콰이퐁에서의 축제. 그저 맥주와 칵테일에 취해 춤추고 놀았을 따름인데 거기에 코멘트 붙일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자세를 고쳐잡는다. 사라진 징검다리처럼 밤 시간을 뛰어넘을 순 없지 않겠느냐고. 여행 둘째 날 밤의 우리 일정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 완차이 어느 골목길에서 아주 싸고 맛있는 초밥집을 발견한 우리는 저녁으로 초밥을 먹었다. 그리고 진 토닉을 한 잔 만들어 마신 후, 곧바로 침사추이의 너츠포드 테라스로 향했다. 저번 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올 나잇 롱'이란 바에 가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영 흥이 나지 않았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스테이지에서 볼룸댄스를 추고 계셨는데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즐거웠지만..
3. 섬과 리조트 저도 모르게 낡고 부식된 것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팔라우의 유일한 포장도로를 따라 걸을 때 고향에 온 듯한 기쁨을 누릴 것이다. 시내라고 해도 번잡함이 없고 유명 상표라고는 맥주나 음료수 몇 종류 밖에 눈에 띄질 않는 곳. 도로 안쪽으로 멀뚱멀뚱 앉아있는 건물들 역시 현대 건축의 매끈하고 세련된 손길에 전혀 혜택 받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다. 주물로 통째 짜 놓은 게 아닌가 싶은 콘크리트 건물과 물에 젖었다 마른 흔적이 생생한 베니어판, 그리고 한국 기와의 곡선미를 어설프게 대량생산한 느낌을 주는 슬레이트가 한 집마다, 멀어도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반복됐다. 이곳의 시간은 거의 멈춰버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느리게 노를 젓는다는 게 실감이 났다. 팔라우가 가장 비현실적으로 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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