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찬 홍콩의 구정인 춘절春節을 맞아 랑함 플레이스의 푸드코트엔 분홍색 꽃과 조명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뱀이 장식되어 있었다. 홍콩은 포린 수도원이나 웡타이신 사원 같은 곳이 아니면 동양적인 특색을 느끼기 힘든 곳이다.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도시를 개발하고자 하는 방향이 서양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화는 유럽을, 경제는 북미를. 하긴 우리가 사는 도시 역시 홍콩 못지않은 해바라기 기질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불교와 도교, 유교 문화를 기반으로 하며 동북아시아라는 지리적 근접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문화권에선 찾아볼 수 없는 친근함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간 미국인은 왜 뱀이 2013년을 상징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눈..
:: 내가 사겠다며 D를 끌고 간 곳은, 사실 무슨 대단한 곳이 아니라, 그냥 스타벅스였다. 스타의 거리로 들어서기 전에 이 층짜리 스타벅스가 하나 있었는데, 딱 봐도 야경이 끝내줄 것 같은 명당이었다. 주문을 하고 혹여나 앉을 자리가 없을까 전전긍긍하며 이 층으로 올라갔지만 의외로 빈자리가 많았다. 처음엔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금방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고스란히 몰려오는 더위와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절대 시원하진 않다.) 지칠 줄 모르는 모기떼 때문이었다. 온종일 카페인 섭취도 못 했고 갈증도 났다는 표면적인 동기를 떠나서, 내가 굳이 스타벅스를 찾은 이유는 외국에 가서 꼭 한 번은 맥도널드를 찾는 이유와 같다. 스타벅스와 맥도널드 같은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의 매장들은 문명화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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