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중략) 이 세상에는 인간을 인간답게 대해줄 필요가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에서 기인한다. 마슬렌니코프와 간수장과 호송 장교를 비롯한 그 모든 사람들이 주지사나 간수장이나 호송 장교가 아니었다면 이런 무더위에 그 많은 죄수들을 한꺼번에 호송할 수 있을지에 대해 스무 번은 생각했을 것이고, 호송 도중에 스무 번은 멈춰 서게 하였을 것이며, 몸이 쇠약해지고 숨을 헐떡거리는 사람을 보면 그들을 대열에서 빼내 그늘로 데려가 물을 먹이고 쉬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동정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것은 그들이 자기 앞의 인간을 보지 않고 또 인간에 대한 자기..
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널리 퍼져 있는 미신 중 하나가, 인간 개개인은 저마다 일정한 자기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한 사람, 약한 사람, 영리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근면한 사람, 게으른 사람 등의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이렇게 분류할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한 인간에 대해 그 사람이 악할 때보다는 선할 때가 더 많고, 어리석을 때보다는 영리할 때가 더 많고, 게으른 때보다는 근면한 때가 더 많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그가 선한 사람이라거나 아니면 영리한 사람이라 하고, 또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약한 사람이라거나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제나 사람을 이렇게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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