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로 떠나기 전부터 좀 아팠다. 건조한 공기 속에서 여덟 시간의 비행을 마칠 무렵엔 몸살감기도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나와 함께 착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와이의 후텁지근한 바람은 기대와 달리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에어컨 바람만 곳곳에 매복하여 한 발 한 발 치명적인 총알을 쏴댈 뿐이었다. 여행을 가면 꼭 한 번은 이렇게 앓는다. 상하이로 가족 여행을 다녀올 땐 마지막 날 식중독 비슷한 증세가 나타났고, 팔라우에선 배를 타다가 비를 쫄딱 맞고 만사 의욕을 다 잃었다. 그러고 보면 융프라우요흐에 올라 어르신들도 끄덕없는 고산증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몸이 아프면 서럽기도 하지만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피부나 감각이 딱딱한 치즈처럼 둔감해져서 어떤 아름다운 풍경이나 절묘한 예술 작품을 눈..
여행/2011 하와이
2012. 3. 2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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