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가서 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그중 하나는 빨래였는데, 동남아시아 배낭 여행을 하며 소원을 풀었다.또 다른 하나는 이발이었다.그런 생각이 처음으로 든 곳은 파리였는데, 어쩐지 헤어 스타일을 완벽히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거라 생각했었다.약간의 생활자 느낌도 내면서. 하지만 작가 최민석 씨가 『베를린 일기』에서 개탄했듯이서양인과 동양인의 커트엔 차이가 있으며 그 사실을 무시했다가는 참변이 일어나고 만다.서양인의 모발은 동양인에 비해 약한 편인데그런 모발에 익숙한 그쪽 이발사들이 동양인의 머리에 손을 대면뭉툭한 가위로 질긴 생고기를 자르는 듯한 현상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아마 같은 동양인이라도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의 머리결은 또 다를 것이다.그래서 한국인의 머리는 한국인이 제일 잘 ..
::: 이제부터 본격적인 포틀랜드 맛집 투어가 시작될 터인데,한 협회 사보에 맛집 원고도 싣고 있으면서정작 맛을 표현하는 덴 서툴기 그지없어 부끄러운 마음 뿐이다. 하기야 그 원고도 본론(식당과 음식)보다 서론(잡문)이 더 기니까그것이 내가 쓰는 방식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아직 짤리지 않았으니 나쁘진 않은 거겠지, 그것도. 어쨌든 식당은 가 봐야 알고 음식은 먹어 봐야 안다.거기까지 가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게 내가 할 일이겠다. 물론 이 글에서 그런 동기 부여를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집에서부터 시작하자.우리가 빌린 에어비앤비에는 이런 책상도 하나 놓여 있는데,보자마자 앉아서 글을 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여기에 앉아 한 글자도 쓰지 않았다.챙겨 나갈 것들을 잊지 않도록 놓아..
::: 포틀랜드에서의 첫 식사는 로컬 브루어리에서 하기로 했다.로컬 브루어리라는 말이 거시기하긴 하다.그러니까 동네 맥줏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맥주를 직접 만든다는 게 평범한 동네 맥줏집과 다르겠지만. 이곳은 이날 만났던 사진 작가님께 추천 받은 곳 중 하나였다.맥주가 맛있겠지,순전히 그런 기대로만 이곳을 찾았다.앨버타 스트리트에 있다고 하여 그 유명한 거리도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그런데 웬걸. 일단 나무 좀 벨 줄 아시고 맥주도 마실 줄 아시는 분이 로고로 등장하신다.맥주와 나무꾼이라.일단 로고의 나무는 침엽수이고,자연스레 꽤 추운 곳이겠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데,커피도 아니고 맥주라니 정말 확실하게 몸을 덮힐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간판을 보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여기 그레이트 ..
::: 파웰 북스를 나와 에어비앤비에 체크인하러 가는 길.아들이 갑자기 기침을 해서 부부는 혼비백산을 했지만,그리 오래 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어른도 힘든 장거리 여행인데아들의 체력은 정말 대단했다.나와 M보다 더 에너지가 넘쳤달까. 어쨌든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한가하달까, 한산하달까.한가해 지고 싶은 건 우리의 마음이고그러라고 권하는 이 도시는 실제로 한산했다.이곳에도 빨리 걷는 사람, 느긋하게 걷는 사람,다양한 보폭이 존재했지만,전체적인 속도는 분명 빠르지 않았다. 시속 4Km의 도시.나는 서울에서 시속 4.6Km 정도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물론 여행을 가면 내 속도도 조금 느려진다.버스를 놓쳐도 괜찮아,지하철이 오지 않아도 괜찮아,아차차 길을 잘못 들어도 다 괜찮아. 아들과 함께하고 정신없..
::: 붕 뜬 기분으로 얼마 걷지 않아 파웰 북스, 파웰 서점을 찾을 수 있었다.한 블록 전체가 서점인 이곳을 놓칠래야 놓칠 수도 없을 것이다.색깔별로 나눠진 섹션,직원들이 손수 쓴 추천사,헌책과 새책이 한 책장에서 뒤엉켜굳이 헌책을 찾을 필요도 새책을 고집할 이유도 없는 관용성까지. 포틀랜드에 갔다면, 파웰 서점엔 들러야 한다.책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도책이 좋아질 수 있다. (사실 나와 아내는 이곳보다 시애틀의 엘리엇 베이 북컴퍼니를 더 마음에 들어하긴 했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헌책 및 새책방이란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어디로 접근해도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다만, 매장이 워낙 넓다보니 그 안에서도 고저차가 있어서유모차를 끌고 다니려면 서점 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 포틀랜드로 들어가는 길은포틀랜드가 소도시라는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지방 도시에 입성하는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우리가 빌린 집이 있는 동네에 들렀다.도시 북동쪽, 아담한 일이층 집들이 쭉 들어선 거리였다.고목이 햇살을 가리고 거리는 어느 정도 지저분하며,낡은 자동차와 낡은 담벼락과 낡은 문이며 낡은 지붕 따위가 계속되는 곳이었다.포틀랜드에 오기 전까지 이 도시를 그리며 상상하던 모습과는 또 달랐다. 그 느낌이 얼마나 좋던지.나중에 사진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짐도 풀지 않고 다시 내비게이션을 찍어 간 곳은펄 디스트릭트의 티 바라는 카페였다.이름 그대로 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카페로 특히 타피오카가 들어간 밀크티가 인기였다.특히 차이티가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
:::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나오고 바로 차를 탔어야 했지만,아직 들러야 할 곳이 남아 있었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빅토롤라 커피 로스터였다.여기서 주행용 커피를 한 잔 사서 포틀랜드로 출발하기로 했다. 얼핏 보이는 Stateside라는 식당도 꽤 인기가 좋은 모양이었다.스타벅스를 향해 걸어갈 땐 영업 전이라 아무도 없었는데,그곳을 나와 다시 지나갈 땐 반 넘게 자리가 차 있었다. 빅토롤라 커피 로스터는 뭐랄까,대학가 카페 같은 곳이었다.미리 추출해 놓는 하우스 커피는 저렴하고,와이파이가 잘 터지며,혼자 온 사람을 위한 자리도 많았다. Victorola Coffee Roasters310 E Pike St, Seattle, WA 98122, USA 오늘의 커피는 브라질산 ..
::: 여행의 셋째 날, 우리는 포틀랜드로 향했다.시애틀 2박, 포틀랜드 4박, 다시 시애틀 2박.앞뒤로 잡은 시애틀 숙박은 같은 집이었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침도 못 먹었거니와 그냥 시애틀을 떠나기가 아쉬워 시내에서 한 곳을 들르기로 했다.그게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이었다.이 매장이 있는 시애틀 대학의 북쪽, 파인/파이크 지구는너무 점잖지도, 너무 정신줄 놓은 것 같지도 않은 적당한 분위기의 동네였다. 건물도 크고, 문도 크다.실제로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곳 내부는 꽤나 광활(?)하다. Starbucks Reserve Roastery1124 Pike St, Seattle, WA 98101, USA 사실 여기서 언덕을 조금만 오르면 있는Victrola Cof..
::: 시애틀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체력을 다 쓴 우리는아쿠아리움을 나온 이후로 사진을 찍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알키 비치, 알카이 비치라고 해야 하나,어쨌든 그곳에 가서도 정작 잘 정돈된 산책로는 걷지도 못하고주차할 곳을 찾아 빙빙 돌다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해변에 잠시 차를 세웠다.바다 냄새가 훅 끼쳐오는,바다를 마주하고 주택가가 조용히 움튼 곳이었다. 한쪽에 보이는 수상 건물은 위태롭기 짝이 없이 보이기도 했지만,하루 이틀 정도 묵으며 바다를 보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 썰물에 드러난 땅 위에서 사람들은 조개라도 잡고 있는 듯 보였다.한편으로 누군가는 조깅을 했고,누군가는 모래톱 위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진하게 달린 한약처럼 바다 냄새가 진동하든 말든,아들은 코 자고 있었다. 우..
::: 시애틀 아쿠아리움은 여행을 가기 전부터 가겠노라고 벼르던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당시 오죽 들떴으면, 한국에 있는 수족관을 가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까지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예정에 없던 시애틀 시티패스를 구매한 것도 어차피 스페이스 니들도 한 번은 올라가야 하니이곳과 함께 묶어서 쓰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녀온 사람들의 말대로 시애틀의 아쿠아리움은 한국의 아쿠아리움처럼 화려하지 않다.실제 바닷물을 끌어들여 와 해양 생물들에게 제공하는 환경친화적인 운영 방식이 유명할 뿐이다.여기엔 고래라든가 그 비슷한 크기의 생물들이 살지 않는다.유리창에 빨판을 붙이고 휴식을 취하던 문어 한 마리가 크기 면에서 나를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사실 나와 아내가 이곳에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들에게 있었..
- Total
- Today
- Yesterday
- 베짱이세실의 도서관
- To see more of the world
- 데일리 로지나 ♬ Daily Rosinha
- :: Back to the Mac
- Be a reader to be a leader!
- 좀좀이의 여행
- Jimiq :: Photography : Exhibit…
- 반짝반짝 빛나는 나레스★★
- 일상이 말을 걸다...
- S E A N J K
- Mimeo
- Imaginary part
-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전자책 이야기
- Sophisticated choice
- 토닥씨의 런던일기
- 언제나 방콕라이프처럼
- PaRfum DéliCat
- The Atelier of Biaan
- JUNGSEUNGMIN
- 꿈꾸는 아이
- hohoho~
- Write Bossanova,
- Connecting my passion and miss…
- Eun,LEE
- 밀란 쿤데라 아카이브
- 순간을 믿어요
- Margareta
- 파리
- 50mm
- 수필
- 유럽
- 24mm
- 홋카이도
- 사진
- 22mm
- Portra 160
- 책
- 일본
- a-1
- 주기
- 한주의기록
- 필름카메라
- 홍콩
- Canon a-1
- 캐논
- 하와이
- 이태리
- 라이카
- 트레블노트
- 미니룩스
- 북해도
- 여행
- 이탈리아
- 트래블노트
- EOS M
- 음악
- 사운드트랙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