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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아쿠아리움은 여행을 가기 전부터 가겠노라고 벼르던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
당시 오죽 들떴으면, 한국에 있는 수족관을 가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까지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정에 없던 시애틀 시티패스를 구매한 것도 어차피 스페이스 니들도 한 번은 올라가야 하니
이곳과 함께 묶어서 쓰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녀온 사람들의 말대로 시애틀의 아쿠아리움은 한국의 아쿠아리움처럼 화려하지 않다.
실제 바닷물을 끌어들여 와 해양 생물들에게 제공하는 환경친화적인 운영 방식이 유명할 뿐이다.
여기엔 고래라든가 그 비슷한 크기의 생물들이 살지 않는다.
유리창에 빨판을 붙이고 휴식을 취하던 문어 한 마리가 크기 면에서 나를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사실 나와 아내가 이곳에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들에게 있었다.
파랗게 빛나는 물을 어쩐지 무서워하는 것도 같고
반대로 좋아하는 것도 같은 녀석의 성향을 정확히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내심 유리벽 너머에 있어 무해해 보이는 물고기들을 좋아할 줄 알았다.
결과는 대실패.
아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울음을 터트렸고, 우리는 꽤나 후다닥 이곳을 보고 나왔다.
1483 Alaskan Way, Seattle, WA 98101, USA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첫 번째 수족관.
(편의상 이렇게 부르자면) 바닷속을 유심히,
마치 그 안으로 쑥 들어가는 상상을 하는 것처럼 쳐다보던 아들은
몇 분 정도 후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처음엔 이렇게 온화하고 신중한 눈이었는데.
아마도 우리가 깊은 물에서 보는 파란색, 옥색, 에메랄드색이
아이의 무의식에 어떤 무서운 이미지를 심는 듯했다.
나 역시 첩첩이, 빈틈 없이 메워진 물 속을 보고 있으면
그 안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하니까.
여기서도 무해한 극피동물을 직접 만져보는 코너가 있었다.
물론 아들에게 만져보게 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이곳은 이름은 모를 바다새 몇 종도 키우고 있었다.
저 긴 부리를 보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만 같다.
어떤 고민이 있다거나.
아니면 그저 배가 고플 뿐일 수도.
화이트밸런스를 조정해서 이런 느낌이 나오지,
실제로는 해초 속에 들어간 것처럼 불투명한 녹색으로 가득한 수족관이었다.
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기 전에 재빨리 지나간 기억이 난다.
야외 전시관이라고 해야 하나,
어둡고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면 꽤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아내도 실내의 그 푸르딩딩한 빛을 무서워 했다.
밖으로 나오니까 표정이 밝아진 모자.
다른 사람들도 기념 사진은 이곳에서 몰아 찍는 모양이었다.
수족관 외부.
문득 내가 다니던 대학교 근처에 있던 빗물펌프장이 떠올랐다.
불러도 불러도 아들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기를 키우니까 그게 참 궁금하다.
무엇을 보는지, 왜 보는지, 그것을 어떻게 보는지.
갓 태어난 아기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우스갯소리 같으면서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속설을 들어본 적이 있다.
아들은 십 개월이 지났으니까 아마 알고 있던 많은 것들을 잊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런 집요한 바라봄을 통해 잊은 것들을 기억해 내려고, 떠올려 내려고 애쓰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 그냥 호기심이겠지만.
아쿠아리움 주변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관람차가 있다.
여기 워터 프론트 쪽은 제대로 둘러보지 않아 아쉽다.
부두의 모든 사람들은 만 너머를 바라본다.
아쿠아리움을 나선 우리는 잠시 갈피를 잃었다.
그러다가 스페이스 니들에 가긴 좀 이른 것 같아
조금 남쪽에 있는, 알키 해변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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