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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체력을 다 쓴 우리는

아쿠아리움을 나온 이후로 사진을 찍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알키 비치, 알카이 비치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곳에 가서도 정작 잘 정돈된 산책로는 걷지도 못하고

주차할 곳을 찾아 빙빙 돌다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해변에 잠시 차를 세웠다.

바다 냄새가 훅 끼쳐오는,

바다를 마주하고 주택가가 조용히 움튼 곳이었다.





한쪽에 보이는 수상 건물은 위태롭기 짝이 없이 보이기도 했지만,

하루 이틀 정도 묵으며 바다를 보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


썰물에 드러난 땅 위에서 사람들은 조개라도 잡고 있는 듯 보였다.

한편으로 누군가는 조깅을 했고,

누군가는 모래톱 위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진하게 달린 한약처럼 바다 냄새가 진동하든 말든,

아들은 코 자고 있었다.





우리처럼 잠시 차를 세우고 해변을 걷다가 오는 사람이 많았다.

딱히 한가로운 풍경은 아니었는데,

점점이 돌아다니는 사람은 바다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점에 불과하여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차우더만으로는 부족하여 점심이라고 하기엔 뭣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여기 선피쉬 시푸드는 저렴한 해산물 튀김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Sunfish

2800 Alki Ave SW, Seattle, WA 98116, USA





나름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보기와 다르게 손님은 꽤 있었다.





이곳의 메인은 해산물 튀김.

어떤 걸 고를까 고민하다가 넙치 튀김을 포함한 콤비네이션을 시켰다.

새우는 물론 굴 튀김까지 나온다기에.


어쩐지 조 페시를 닮은 아저씨가 보인다.





맛은 굉장히 좋았다.

넙치 튀김은 꼭 닭가슴살 튀김을 먹는 느낌이었는데,

생선이 이런 맛을 낼 수도 있구나 놀라울 뿐이었다.


굴 튀김도 꽤 신선하고 맛있었다.

이때 굴을 더 먹으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시애틀의 굴은 정말 최고다.

그 이야기는 여행의 막바지에나 할 수 있겠다.


미국인 기준으로는 이게 1인분이겠지만, 어쨌든 양이 적지 않았다.

나와 아내, 그리고 생선살을 야금야금 받아 먹은 아들까지

세 사람이 먹기엔 충분했다.





그리곤 어느새 시애틀 시가지로 돌아와 있다.

파이오니어 스퀘어 주변이다.

알키 비치를 떠나 Living Computers: Museum + Labs(이곳 또한 엄청난 박물관이었다. 역시 여행의 후반부에 소개할 수 있겠다.)으로 가던 중

그곳이 5시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중간에 멈췄더니 여기였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이쪽 주변에 매직 마우스 토이라는 장난감 및 파티 용품 가게가 있었다.

아직 아들은 눈앞에 가져다 주기만 하면 그게 무엇이든 - 장난감이든 술병이든 - 손을 뻗으려고 애쓰는 단계이기 때문에

딱히 무슨 장난감이 취향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나름의 기념품을 사기도 했다.


아이가 있다면, 지나가다가 한 번 들를 만하다.


Magic Mouse Toys

603 1st Avenue South, Seattle, WA 98104, USA





파이오니어 스퀘어 주변 카페는 6시 전에 문을 닫는 곳이 태반이라

지역을 다시 옮겼다.

워싱턴 대학교 근처의 카페 알레그로라는 곳.


대학 카페 답게 가격은 저렴한 편이고,

책을 읽거나 레포트를 쓰는 학생들로 거의 만석이었다.





특유의 나무 창틀이 매력적이었다.

우린 너무 지친데다가 비까지 와서 활기가 없었지만,

실제로 이 공간 역시 떠들썩한 곳은 아니었다.





건물 사이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다.


에어비앤비에서 본 잡지에도 소개되는 등 꽤 유명한 곳인 모양이다.


Cafe Allegro

4214 University Way NE, Seattle, WA 98105, USA





그리고 다시 공간을 뛰어 넘어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

이곳에 오는 동안 비가 꽤 많이 내려서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왔다.

전망대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지 알고 주차를 한 시간만 끊어 놓았는데,

입장 시간이 30분 간격으로 정해져 있는 바람에 마음이 조급해 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내가 건물이 바람에 흔들린다는 느낌(물론 실제로도 흔들렸을 것이다)을 받는 바람에

10분도 안 돼서 내려오게 되었다.





전망대의 면적 자체는 그리 넓지 않아서 10분도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워터 프론트가 저렇게 가까이 보일 줄은 몰랐다.





공장, 항구, 사무실 빌딩이 뒤섞인 이 풍경이

시애틀다운 풍경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스페이스 니들의 전체 모습을 찍은 것도 거의 여행 막바지의 일이다.

이때는 비가 오고 날이 어두워 바깥에선 아무것도 찍지 못했다.


Space Needle





스페이스 니들까지 찍고 나자 집으로 돌아갈 힘 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빌린 집이 있는 시애틀의 동부의 주택 지역은

(시간이 남는 사람에 한하여)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의외로 괜찮은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으며 동네 분위기도 한적하니까.


여기 Araya's Place도 그중 한 곳이다.





Araya's Place는 태국 음식점인데,

엄밀히 말하면 채식주의 태국 음식점이다.

일체의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태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 쌀국수도 소 양지 같은 육류 대신 두부를 메인으로 하고 있었다.

간은 굉장히 슴슴해서 소금을 좀 뿌려줬으면 싶을 정도였지만.


덕분에 물에 헹굴 필요도 없이 아들에게 두부를 먹여볼 수 있었다.





심심했던 쌀국수와 달리 볶음밥은 아주 맛있었다.

역시 수여 점 들어가야 할 고기 대신 브로콜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거의 마감 시간이었음에도 손님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아기도 신났지.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채식주의 식당인 Cafe Flora와 함께

(시간이 남는 사람에 한하여)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Araya's Place


무엇보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이 날 한 번 밖에 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워서라도

언젠가 시애틀에 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나는 지금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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