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제외하고 파리에서 그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몽마르트 언덕의 테르트르 광장일 것이다. 마침 늦겨울의 햇살이 광장 안으로 곧장 떨어지는 시간이었다. 자연광과 어우러진 화폭의 색채에 눈이 부셨다. 만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주광의 영역에 있었음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느낌이었다. 하긴 이렇게 많은 화가들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모여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긴 하다. 화가들의 실력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뭐라 대답할 말이 없다. 테르트르 광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념품 매장이니까. 그림의 주제는 대체로 관광객인 당신이거나 사진으로 미처 담지 못한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 그 두 가지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선 뛰어난 예술 작품보단 파리를 기념할 수 있는 뭔가를 얻어가기..
혼자서 뭘 하는 걸 좋아한다. 엄밀히 말하면 혼자 하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일을 좋아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진 찍기가 그렇다. 여행은 아직 잘 모르겠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제일 중요한 만큼 죽이 잘 맞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인 편이 낫겠지. 하지만 난 나를 꽤 좋아하니까 혼자, 나와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글과 사진은 절로 따라오니까. 예전엔 그러지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식당에서 혼자 밥먹는 게 어색하지 않다. 죽이 잘 맞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식사도 여행만큼이나 고역이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회성이 아주 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마저도 다 깎여나간 모양이다. 툭하면 몸도 마음도 체한 것처럼 무거워지기에 십상이니까. 어쩌다..
빅 아일랜드의 볼케이노 내셔널 파크 정상에 올랐다가 마그마가 굳어 만들어진 검은 땅을 달렸다. 좌우로 쫙 펼쳐진 흑색 사막이 파괴된 후의 세상을 연상케 했다. 여행안내서에선 “우주적인 풍경”, “달에 온 듯한 기분”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정도로 이질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언젠간 벌어질 거대한 사건의 예고편을 보는 것에 가까웠다. 마그마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멀리 흘렀는지 빅 아일랜드는 간척사업을 하지 않아도 절로 영토를 늘려가는 곳이다. 1970년대 깔아 놓은 아스팔트 도로가 1983년 분출 때 묻혀 일부만 드러난 광경을 봤다. 딱딱하고 단단해 보이는 아스팔트가 이토록 쉽게 잘려나갈 수 있다니, 재난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내 안에 꿈틀거리는 감정은 두려움보다는 경외감이었다. 그런데 만물..
"그렇다면 대단원을 향한 광적인 뜀박질이 아닌 건 모두 따분하다는 얘긴가? 이 맛있는 오리 궁둥이를 뜯으며 자네는 따분함을 느끼나? 목표를 향해 서두르나? 오히려 자네는 이 오리 고기가 가능한 한 천천히 자네 속으로 들어가길 원하네. 그 맛이 영원히 지속되길 원한다고. 소설은 사이클 경주를 닮을 게 아니라, 많은 요리가 나오는 향연을 닮아야 해. (중략) 내 마음에 드는 게 바로 그런 거라네. 소설 속의 소설이요, 내가 써 본 것 중에서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가 될 거야. 자네 역시 그 이야기를 읽고 슬퍼할 걸세." 아베나리우스는 잠시 어색한 침묵을 지키다가 상냥하게 물었다. "그 소설의 제목은 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니, 그 제목은 이미 써먹지 않았는가." "그래, 써먹었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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