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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글] :: 파리 여행 노트 - 루아르 고성 #1 쉬농소 성 가는 길


[지난글] :: 파리 여행 노트 - 루아르 고성 #2 쉬농소 성


[지난글] :: 파리 여행 노트 - 루아르 고성 #3 작은 마을에서의 점심 식사


고성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는 샹보르 성이다.

루아르 계곡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성으로 알려진 곳으로 쉬농소 성에서 두 시간 좀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사실 거대하다는 말 만으론 그 규모가 상상이 되질 않았다.

거대한 성이라.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영화에서 겨우 볼 수 있지 않았던가.



중간에 앙부아즈 성을 지나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프랑수아 1세와 함께 프랑스로 건너와 저 앙부아즈 성에서 생을 마감했다.



주차장에 내리면 성까진 십여 분 정도 걸어야 한다.

가는 길엔 작은 마을을 지난다.

지금은 식당이나 관광 안내소 정도로 쓰이고 있지만,

한 때는 성주를 위해 봉사하는 가신과 그 가족들,

주변에 터전을 잡은 보통의 백성들이 사는 곳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평범한 삶의 터전임은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갑자기 샹보르 성이 보인다.

멀리서 봐도 성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정말 거대하다는 인식은 있는데 규모에 압도되는 느낌이 없었다.

성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거대한 정원 위에 불쑥 솟은 구조물.

지금도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나선계단을 돌고 있을 듯한 첨탑.

그리고 성 위에 고고하게 떠있는 낮달.


사진도 아니고 그림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좀 더 가까이 가도 마찬가지다.

나는 혹시 성 안으로 들어가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성의 옥상(?)에 올라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건축양식인데

이국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차라리 초현실주적이라고 하면 모를까.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돌아와 샹보르 성의 사진을 보면서

자꾸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떠올랐다.

르네 마그리트가 이런 오브제를 그린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공중에 뜬 성이나 첨탑을 그린 그림은 있다.)



정원 또한 거대하다.

아니, 공원이라 부르는 게 맞다.



성을 끼고 흐르는 꼬송강.



잠깐 아이폰 사진으로 바꿔 보자.

이 이중 나선 계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했다고 알려져 있다.

샹보르 성의 규모 다음 가는 볼거리라고 한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서로 만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솔직히 어떤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기보단

가파르다는 생각만 들었다.

한 계단을 다른 계단이 포개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듯 하다.



이중 나선 계단 위에 있는 작은 첨탑.



복장만 바꿔 놓으면 오 세기 전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을 것 같다.



워낙 방이 많은 곳이라 샹보르 성은 갤러리로 쓰이기도 했다.

어느 설치 예술가의 작품들이 놓여있었는데

야생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파괴된 자연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보기보다 잔혹한(?) 오브제가 많았다.

이 담비 친구는 제외하고.



줄에 걸려있는 건 새다.

(진짜 새는 아니었지만) 그것도 죽은 새.



원래 저택이었던 이곳을 성으로 개조하라 명한 프랑수아 1세의 초상화.

그는 성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숨졌다.

아, 건축은 길고, 인생은 짧다.



화려한 침실을 그대로 보존해 두었다.



다시 필름 카메라를 든다.

워낙 층도 많고 계단도 많고 창문도 많은 곳이라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유리에 투영된 그 또는 그녀.



내부가 너무 큰 나머지 뭘 봐야할지도 모르겠고 다리도 아파온다면

그냥 홀에 모여 쉬자.



비가 와도 끄떡없을 배수 시설.

물론 현대에 와서 설치되었을 것이다.



성 안에선 아이들이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다.

시대극인 모양이었다.

이곳이라면 연기가 배로 늘 것임에 분명하다.

내가 불어만 잘 했다면 인물 한 명 정도 대역을 해줬을 텐데.



그리고 한 아버지가 아이를 찍는다.

권력을 손에 쥔 귀족들은 가고,

성 밖에서 머물던 이들이 주인이 되었다.


더불어 고성 투어도 마무리.

파리로 돌아오자 거의 아홉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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