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증기 구름을 금색과 은색 꽃다발로 된 깃발처럼 나부끼며(지금껏 수없이 보아왔던 새털구름처럼 하늘 높이 그 거대한 덩어리들을 햇살 속에 펼치며) 차량을 줄줄이 달고 행성처럼 내달리는 기관차를 볼 때면(그보다는 혜성처럼 달린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왜냐하면 그 궤도가 반환곡선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구경꾼의 눈에는 그 정도의 속력에 그 방향으로 질주할 경우 기차가 태양계로 되돌아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이 이동하는 반신과도 같은 존재, 구름을 내뿜는 존재가 오래지 않아 노을진 하늘을 자기 열차의 제복으로 삼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 철마가 천둥 같은 콧김으로 언덕을 울리고 그 발로 땅을 흔들고 불을 숨쉬며 콧구멍으로 연기를 내뿜는 소리를 들을 때면(어떤 날개 달린 말이나 불 뿜는 용이 새로운 신화 속에 편입될는지는 몰라도) 흡사 지구에 이제 새로이 거주할 종족이 생기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여서 인간이 어떤 고귀한 목적을 위해 자연의 힘을 자기의 하인으로 삼은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기관차 위로 떠오르는 구름이 영웅적인 일을 하느라 생긴 땀이며 농가의 밭 위에 떠 있는 구름만큼이나 자비로운 것이라면, 자연의 힘과 자연의 여신 자신도 흔쾌히 인간의 사명에 동행할 것이고 그런 인간을 호위해 줄 것이다.

- '월든' 中,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상세보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