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번 우리 일정 중 가장 글로 옮기기 힘든 시간이 아닐까 한다. 토요일 밤, 란콰이퐁에서의 축제. 그저 맥주와 칵테일에 취해 춤추고 놀았을 따름인데 거기에 코멘트 붙일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자세를 고쳐잡는다. 사라진 징검다리처럼 밤 시간을 뛰어넘을 순 없지 않겠느냐고. 여행 둘째 날 밤의 우리 일정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 완차이 어느 골목길에서 아주 싸고 맛있는 초밥집을 발견한 우리는 저녁으로 초밥을 먹었다. 그리고 진 토닉을 한 잔 만들어 마신 후, 곧바로 침사추이의 너츠포드 테라스로 향했다. 저번 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올 나잇 롱'이란 바에 가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영 흥이 나지 않았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스테이지에서 볼룸댄스를 추고 계셨는데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즐거웠지만..
해는 뜨지 않았지만, 더위도 같이 숨은 건 아니었다. 종종 약한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며 습도는 한계치를 향해 내달렸다. 바다는 불쾌지수를 배출할 거대한 해방구였으나 무지막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진 못했다. 해풍, 해풍만 우리를 조금 위로해 주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게 제일의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소금기에 바랜듯한 건물 외벽의 색을 보고 있으면 그 모든 여름이 갑자기 감당 가능한 장애처럼 느껴졌다. 집과 사무실과 카페와 대중교통에서 지금껏 너무 습관적으로 "더워 죽겠다."라고 투덜거려오지 않았던가. 그건 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피상적인 대화를 메우기 위한 공용 비밀번호였다. 습관적인 인사, 누구나 알고 있어서 유출할 필요조차 없는 패스워드. 우리는 더위에 공감함으로써 우리에게 필..
둘째 날, 우리는 갈 곳을 정해두고 움직이기로 했다. 어디로 갈지 정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탠리로 가자! 그게 다였다. 결정은 삼 분도 안 돼서 끝났다. 대신 첫 번째 여행처럼 비싼 빅버스를 타지 말고 일반 버스를 타자는 데 중지가 모여졌다. 그게 훨씬 싸고, 좀 더 빠르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수도 없이 트램을 지나쳤는데 왜 이건 타지 않았을까. 창문이 다 열려있어 더워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미 호텔 가까운 곳에 있는 노선을 알아봐 둔 우리는 느즈막이 일어나 타임 스퀘어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어제 완차이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타임 스퀘어 바로 앞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스탠리 행 버스 정류장을 향해서였다. 우리가 머무는 코스모 호텔 바로 옆에 터널이 하나 있는데 빅버스처럼 그..
2012년 홍콩 여행기, '홍콩의 아침을 본 적이 없다'는 끝났지만,오랜만에 사진을 들춰보다 보니 여행기에 다 붙이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그래서 모아 보았다.(2013년 여행기는 언제 다 쓰누...) 비행은 언제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다시 타고 싶은 타이 항공의 실내. 첵랍콕 공항 짐 찾는 곳에서 본 한 여인.이제 인간은 노트북을 들고 세계 어느 장소에서든 '일'을 하게 됐다.심지어 그건 즐거움이기까지 하다. 첫 날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에서 찍은 사진.여긴 아직 사진을 찍어 파는 사진사가 있었다.예전엔 서울에서도 공원이나 유원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이젠 여의도 공원에서 벚꽃 축제를 할 때나 이분들과의 재회가 가능하다. 인구 밀도 치명적으로 높은 곳, 몽콕.자동차 밀도도 치명적으로 높다.그러나 다..
:: 홍콩, 런던, 밴쿠버, 두바이. 이런 주요 도시엔 오픈 탑 투어를 책임지는 빅 버스가 포진해 있다. 빅 버스에 탄다는 건 "저 관광객이에요."라 쓰인 커다란 전광판을 들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오히려 그게 초심자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여력만 된다면 누가 빨간색 이 층 버스에 올라 도시를 누빌 기회를 마다하겠는가. 언젠가 런던에서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빅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생판 모르는 보행자에게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고 환호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모형 자동차 같은 버스 안에선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여기 홍콩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D가 빅 버스 티켓 두 장을 얻어 왔던 것이다. 홍콩의 빅 버스엔 총 세 개 노선이 있는데 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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