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은 달콤했다. 사람들은 스스로 방을 복제하는 커다란 집에 모여 어울렸고, 매일 밤 새로운 손님을 맞아 포옹과 악수를 나눴다. 그곳에 들어가려는 희망자들이 입구에 장사진을 이뤘다. 그곳에는 꿈 밖에서 알던 사람, 꿈속에서 알던 사람들이 전부 있었다. 나는 생면부지이나 사실 생면부지가 아닌 이들을 차별 없이 대했다. 누군가는 방 하나를 꽉 채운 하얀 침대 위에 누워 의미 없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표정도 가물가물하지만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이 아직 들어가 보지 못한 끝없이 생성되는 방 안에 가득했다. 흥미진진해 죽겠는데 페이지가 한참 남아 든든한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단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술을 마셨다. 꿈에서 깰 시간이 되어도 이곳이 ..
내겐 관람차를 탔던 기억이 없다. 한번은 올라봤을 법도 한데 너무 어렸을 때라 지워진 건지도 모른다. 그 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는 모른다. 시야가 점점 넓어지다 절정에 오르면 어떤 기분이 벅차오르는지 나는 모른다. 조심스레 지금에 와선 덤덤할 게 분명하리라 예측할 뿐이다. 이것이 한계라면 한계라 불러도 좋다. 감정을 움직이는 동력의 가짓수가 줄어드는 나이가 됐음은 분명하다. 굳은살처럼 덕지덕지 붙은 껍질은 마음의 바퀴를 뻑뻑하게 하고, 톱니가 맞물리지 않고 자꾸 엇나가게 한다. 책을 읽고 사진을 찍고 사람을 만나고 일에 열중해도 그걸 다 긁어낼 도리가 없다. 그러기엔 더께가 쌓이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때마다 대청소를 하듯 아예 떠나버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관람차에 오르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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