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찬 홍콩의 구정인 춘절春節을 맞아 랑함 플레이스의 푸드코트엔 분홍색 꽃과 조명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뱀이 장식되어 있었다. 홍콩은 포린 수도원이나 웡타이신 사원 같은 곳이 아니면 동양적인 특색을 느끼기 힘든 곳이다.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도시를 개발하고자 하는 방향이 서양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화는 유럽을, 경제는 북미를. 하긴 우리가 사는 도시 역시 홍콩 못지않은 해바라기 기질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불교와 도교, 유교 문화를 기반으로 하며 동북아시아라는 지리적 근접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문화권에선 찾아볼 수 없는 친근함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간 미국인은 왜 뱀이 2013년을 상징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눈..
산책을 하는 데 특별한 목적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냥 걷고 싶은 길을 걷고 싶은 만큼 걸으면 그만이다. 그 와중에 생각을 정리한다거나 추억을 되짚는다거나 풍경을 마음에 기록한다거나 하는 게 가능하다면 덤처럼 누리면 그만이고. 그러니 꼭 가야할 곳도 없었고 꼭 해야할 할 일도 없었던 나는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주 긴 산책을, 그냥 무작정 걷다 쉬다 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어디서 시작할까 하다가 몇년 만에 노틀담 성당에 다시 가볼까 하여 지하철에 올랐다. 출근 시간도 아닌 것 같은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아침 햇살이 임시로 짠 나무벽에 부딪히는 질감이 좋았다. 그러나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그 위에 붙은 픽토그램은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좋아, 산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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