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름다움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기술하면서 온갖 것에 그 말을 갖다 쓰기 때문에 그 이름에 값하는 진정한 대상은 위엄을 상실하고 만다. 그저 아무것이나 아름답다고 말한다. 옷도 아름답고, 강아지도 아름답고, 설교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아름다움 자체를 만나게 되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생각을 돼먹지 않은 과장된 수사로 장식하려는 버릇이 있어 그 때문에 감수성이 무뎌지고 만다. 신령한 힘을 어쩌다 한번 체험하고선 그것을 늘 체험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는 돌팔이 의사처럼, 사람들은 가진 것을 남용함으로써 힘을 잃고 마는 것이다. - '달과 6펜스', 서머..
[바닐라 스카이의 유럽 여행기 (15) - 프라하로 가는 길] 보기 프라하의 중앙역인 Hlavni nádrží의 역사는 작은 공항을 연상케 한다. 외국으로 오고 가는 열차가 주로 이곳을 거치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렸다. 누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할 순 없었지만 그들이 끌고 가는 캐리어, 또는 등에 맨 배낭을 보면 길을 떠난 사람이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은 반도국에다가 분단국이기까지 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참 생소한 일일 수밖에 없다. 우선 가지고 있는 돈을 체코화인 코루나로 바꿔야 했다. 역의 환전소는 환율이 안 좋다고 하여 남은 유로화도 소진할 겸 가지고 있던 30유로만 모두 바꿨다. 그리곤 24시간 교통 패스를 ..
[바닐라 스카이의 짧은 유럽 여행기 (14) - 빈(비엔나), 다섯. 케른트너 거리] 보기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여행을 정의하는 많은 달콤한 말 가운데 알랭 드 보통의 이 한마디만큼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말도 없다. 덧붙여 그는 여행의 모든 운송 수단 중에서도 '기차'를 제일의 산파라고 말한다. "열차 밖의 풍경은 안달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그러면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인다." 실제로 끊임없이 변하는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다 열차에서 내리면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차 여행에 낭만을 품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눈이 많이 내리던 빈의 마지막 모습. 그런 연유에서인지 아닌지는..
[바닐라 스카이의 짧은 유럽 여행기 (13) - 빈, 넷. 자연사 박물관] 보기 자연사 박물관을 나와 왕궁을 찾았다. '500년간 세를 누린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이 남아있는 곳'이 공식적인 설명이겠으나 무엇보다 절감했던 건 입구 찾기가 힘들다는 사소한 난관이었다. 시민정원을 향하여 비교적 활짝 열려있는 신왕궁과는 차이가 있었다. 여행이 계속되면 길치도 마치 증강현실을 체험하듯 머릿속에 가야할 길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최소한 나는 반대 상황에 처해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평소 길 하난 잘 찾는다고 자부했었는데, 일정이 반을 넘어가자 감각은 무뎌지고 친척동생에게 구박을 들을 지경에 이르렀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스페인 승마학교로 이어지는 좁은 문을 통해 구왕궁을 찾을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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