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라드로는 다운타운에 있는 카페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곳이다.시애틀을 기반으로 하는 곳으로 시애틀 곳곳에 열두세 군데 정도 지점이 있는 모양이었다.포르투갈어로 도둑이란 뜻인데, 실제 발음은 '라드루' 정도로 되는 듯하다. 실제로 중절모를 쓴 검은 남자의 형체가 이곳의 로고다.꽤나 늘씬하다. 사진에 보이는 그라인더 수만 해도 세 개.베이커리류는 먹어보지 않았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쪽이었는데 검은색 가죽 의자가 있으니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찾은 매장은 Tower 801 이라는,꽤나 고급스러운 아파트의 1층에 있었다.둥그런 전면 창 전체로 들어오는 햇살이 꽤나 멋진 곳이었다. 한 잔은 아이스 라떼,한 잔은 메디치me..
::: 관광지도 아니고 거리 사진을 찍어봤자단순한 인상 기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특히 시애틀 다운타운, 또는 그 주변 어딘가를 걸으며 보았던 풍경은서울보다 얼마간 이국적인 도시,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아니, 우리로서는 도시의 결이 제법 마음에 들긴 했다.하지만 그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이 보기엔그저 미국 대도시의 심심한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이 사진들은 나와 아내, 그리고 이 순간을 기억하진 못할 아들을 위함이다.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견고하게 하는 무엇으로서. Post alley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도심으로 들어간다는 말은이곳에서 보던 색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런 톤으로.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메이시 백화점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 아직까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사진을 올릴 게 남았다니 놀라운 일이다.그만큼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전체 여행의 묵직한 일부를 차지할 만큼 많은 셈이다.여행 사진을 정리한다는 건 꾸역꾸역스러운 면이 있지만,어쨌든 하지 않으면 그저 우주의 먼지 - 하드드라이브의 무의미한 섹터 차지일 뿐이다. 이번에도 필름 사진만 모아보았다. 물론 디지털로도 같은 사진을 찍었다. 저 관람차를 어디서 많이 보았다 싶었는데,오키나와의 차탄 지역, 아메리칸 빌리지 주변에서였다.관람차가 뭐 그리 다르게 생기겠느냐만은,둘은 정말로 비슷하다. 실제로 이번 여행 사진과 오키나와 여행 사진을 함께 보면서시애틀과 포틀랜드, 특히 포틀랜드와 오키나와가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일본 관광객이 꽤 많은 곳이 바..
:::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는 줄을 서야하는 곳이 많았다.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도 그중 한 곳이었다.스프 같지만 스프라고 할 수 없는 차우더 전문점으로우리의 이른 점심을 그곳에 위탁하기로 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건너편에Post Alley라는 골목길이 있었는데,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는 그 길에 있었다. 구글 지도 상으로 정확히 어디인지 분간하지 못한 우리는시장 주변을 조금 헤매기도 했다.한 남녀 연주자가 마켓의 중심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스타벅스 1호점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남자에 비견될 만한 인기였다. 워터프론트 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관람차.거리가 좀 있지만, 어쩐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한곳으로 보인다. 시장 안 빈티지 가게의 제품들은 뭐랄까, 한 10%정도 뭔가가 부족해 보였다.저..
::: 전편에 올린 디지털카메라 사진은 대부분 M이 찍었다.아기띠로 안고 있던 아들의 머리를 DSLR의 받침대로 쓸 순 없었기 때문에나는 작은 필름 카메라를 주로 들었다. 그런데 두 카메라의 사진에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거의 비슷한 피사체를 비슷한 각도에서 찍은 것이다.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유동인구가 꽤 많아서 나란히 다닐 수가 없었는데결국 비슷한 지점에서 비슷한 대상을 포착했음을 알았을 때나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조명의 현란함(?) 탓에 디지털 사진의 보정은 쉽지 않았다.색을 잡기가 힘들었다.다행스럽게도 필름 사진은 별다른 보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는 저런 식의 거대한 간판이 두세 개 정도 있었는데,요놈이 가장 크고 예뻤다.물론 아내도 이 간판을 찍었다. ..
::: 여행 둘째 날은 전체 일정 중에서 가장 바쁜 날이었다.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다운타운, 시애틀 아쿠아리움, 알카이 해변, 그리고 스페이스 니들.미리 구매해 둔 시애틀 시티 패스의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포틀랜드에서 돌아오고 나서 이 도시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없지 않아 있었다.덕분에 가장 버라이어티하고 재미도 있었던 하루였다.그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엔 주차를 할 곳이 없을 것 같아 바로 옆에 있는 주차 빌딩에 차를 세웠다.한두 시간만 차를 대면 엄청 비싸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간 당 주차료가 저렴해져아예 이곳에 차를 대고 마켓과 부두와 아쿠아리움과 주변 거리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건물을 나서자마자 공원이 하나 나온다.저 멀리..
::: 단골로 할 만한 카페가 집 주변에 있기를 바란지 십여 년.전에 살던 본가는 이사를 하고 나니까 좋은 곳이 생겨버렸다.지금 살고 있는 곳은 15분은 차를 타고 나가야 그런 비슷한 곳을 발견할 수 있는데한 군데는 스타벅스고 한 군데는 너무 시끄럽다.그런 동네로 이사가고 싶다고,나와 아내는 자주 말하곤 했다. 시애틀에서 그런 카페를 발견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둘째 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 차로 10여 분 - 곳에 완벽한 로컬 카페가 있었다. 딱히 주변에 상점이 많지 않은 주택가인데정말 많은 이들이 찾는 카페의 이름은 아날로그 커피. 동네 젊은이들이 거의 일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반려견과 산책하는 포즈대로,누군가는 일어나자마자마리화나 한 대를 피운 표정(시애틀이 있는 워싱턴 주는 마리..
::: 시애틀에 도착한 첫 날,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하진 않았다.두 시간 넘게 걸어다닌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쳤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리가 빌린 집 주변의 공기를 맡고 보고 듣기엔 충분했다.여기 E Aloha Street 주변은 어느 가이드북이나 블로거의 글에도 나와있지 않지만,시애틀에 가는 사람에 한 번 쯤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었다.부동산 창문에 붙어 있는 것 같은 집 주변의 사진들. 동반의 시간. 굴뚝은 집안의 온기를 상징한다. 외벽이 둥근 집은 내부도 둥글까.가구를 놔두기 어려울 수 있으니 그곳엔 그냥 카페트만 깔아두면 좋겠다. 나무가 햇빛을 가려도 좋을 것이다.나무는 빛을 독차지 하지 않으니까. 시애틀엔 정원 관련 숍들이 많았다.자연친화적인 포틀랜드보다 더 많았다.포틀랜드엔 자연자연한 자연..
::: 짐을 부리고 에어비앤비에서 빌린 집에 적응을 하기도 전에 배가 고파졌다.시애틀 여행의 시작은 우선 집 주변 산책으로 하기로 했다.시애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는 캐피톨 힐Capitol Hill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그러니까, 지도 상으로는 가까워 보였다.지도의 레이어를 한 번만이라도 지형 모드로 바꿨다면 좋았을 텐데.캐피톨 힐이란 지역 이름에 괜히 Hill이 붙은 게 아님을 우리는 곧 알게 된다. 동네는 한적했다.주민 모두 일요일의 오수에 빠져있는 것일까.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지다다니는 차도 거의 볼 수 없었다.인도 옆에 세워둔 자동차만 각양각생일 뿐이었다.그리고 나무들. 일이백 살은 넘을 것 같은 나무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넓다는 생각은 했지만,이런 식으로 높..
::: 갓 10개월이 된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여행을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다.한국을 떠났다가 돌아오기까지 열흘 남짓.사진에 남은 그때의 시간을 늘어놓기로 한다.이천 장이 사진도 그 시간을 전부 감당할 순 없겠지만,어쨌든 돌이켜 본다는 일은 좋은 일이다.여행의 연장이랄까,여분이랄까,곧 희미해질 기억에 주입하는 질 좋은 영양제랄까. 올해 두 번째로 긴 연휴를 앞두고 인천공항은 사람으로 가득했다.아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전에 다 빠져나갔는지 예상보다는 한가했다.패스트 트랙 덕분이기도 하겠지. 새롭게 보는 던킨 도너츠의 외장 덕분에 벌써 미국에 온 느낌이었다.M은 항상 저 옷을 입고 인천공항에 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몬트리올에 갈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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