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가서 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그중 하나는 빨래였는데, 동남아시아 배낭 여행을 하며 소원을 풀었다.또 다른 하나는 이발이었다.그런 생각이 처음으로 든 곳은 파리였는데, 어쩐지 헤어 스타일을 완벽히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거라 생각했었다.약간의 생활자 느낌도 내면서. 하지만 작가 최민석 씨가 『베를린 일기』에서 개탄했듯이서양인과 동양인의 커트엔 차이가 있으며 그 사실을 무시했다가는 참변이 일어나고 만다.서양인의 모발은 동양인에 비해 약한 편인데그런 모발에 익숙한 그쪽 이발사들이 동양인의 머리에 손을 대면뭉툭한 가위로 질긴 생고기를 자르는 듯한 현상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아마 같은 동양인이라도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의 머리결은 또 다를 것이다.그래서 한국인의 머리는 한국인이 제일 잘 ..
::: 파웰 북스를 나와 에어비앤비에 체크인하러 가는 길.아들이 갑자기 기침을 해서 부부는 혼비백산을 했지만,그리 오래 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어른도 힘든 장거리 여행인데아들의 체력은 정말 대단했다.나와 M보다 더 에너지가 넘쳤달까. 어쨌든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한가하달까, 한산하달까.한가해 지고 싶은 건 우리의 마음이고그러라고 권하는 이 도시는 실제로 한산했다.이곳에도 빨리 걷는 사람, 느긋하게 걷는 사람,다양한 보폭이 존재했지만,전체적인 속도는 분명 빠르지 않았다. 시속 4Km의 도시.나는 서울에서 시속 4.6Km 정도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물론 여행을 가면 내 속도도 조금 느려진다.버스를 놓쳐도 괜찮아,지하철이 오지 않아도 괜찮아,아차차 길을 잘못 들어도 다 괜찮아. 아들과 함께하고 정신없..
::: 붕 뜬 기분으로 얼마 걷지 않아 파웰 북스, 파웰 서점을 찾을 수 있었다.한 블록 전체가 서점인 이곳을 놓칠래야 놓칠 수도 없을 것이다.색깔별로 나눠진 섹션,직원들이 손수 쓴 추천사,헌책과 새책이 한 책장에서 뒤엉켜굳이 헌책을 찾을 필요도 새책을 고집할 이유도 없는 관용성까지. 포틀랜드에 갔다면, 파웰 서점엔 들러야 한다.책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도책이 좋아질 수 있다. (사실 나와 아내는 이곳보다 시애틀의 엘리엇 베이 북컴퍼니를 더 마음에 들어하긴 했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헌책 및 새책방이란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어디로 접근해도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다만, 매장이 워낙 넓다보니 그 안에서도 고저차가 있어서유모차를 끌고 다니려면 서점 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 카페 라드로는 다운타운에 있는 카페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곳이다.시애틀을 기반으로 하는 곳으로 시애틀 곳곳에 열두세 군데 정도 지점이 있는 모양이었다.포르투갈어로 도둑이란 뜻인데, 실제 발음은 '라드루' 정도로 되는 듯하다. 실제로 중절모를 쓴 검은 남자의 형체가 이곳의 로고다.꽤나 늘씬하다. 사진에 보이는 그라인더 수만 해도 세 개.베이커리류는 먹어보지 않았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쪽이었는데 검은색 가죽 의자가 있으니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찾은 매장은 Tower 801 이라는,꽤나 고급스러운 아파트의 1층에 있었다.둥그런 전면 창 전체로 들어오는 햇살이 꽤나 멋진 곳이었다. 한 잔은 아이스 라떼,한 잔은 메디치me..
::: 관광지도 아니고 거리 사진을 찍어봤자단순한 인상 기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특히 시애틀 다운타운, 또는 그 주변 어딘가를 걸으며 보았던 풍경은서울보다 얼마간 이국적인 도시,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아니, 우리로서는 도시의 결이 제법 마음에 들긴 했다.하지만 그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이 보기엔그저 미국 대도시의 심심한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이 사진들은 나와 아내, 그리고 이 순간을 기억하진 못할 아들을 위함이다.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견고하게 하는 무엇으로서. Post alley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도심으로 들어간다는 말은이곳에서 보던 색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런 톤으로.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메이시 백화점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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