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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선 골목골목마다 곤돌리에와 흥정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라면 태워주려는 사람이나 타려는 사람이나 웃으면서 원만하게 거래가 이뤄질 것 같지만

더운 날씨 탓이었는지, 아니면 서로 수지가 맞지 않아서 그런지

그날따라 단 한번도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특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연인들이 그랬다.

사실 6명 정도는 함께 나눠 내야 적당한 가격인데

둘이서 지불하기에 곤돌라 한 대는 너무 비싸다.

태양이 너무 뜨겁고 골목길엔 사람이 꽉 차 있어 낭만이 무럭무럭 피어오를 만한 상황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느 나라에서 왔든 각자의 처지를 잘 아는 연인이라면

몇 십분을 위해 지나친 지출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자는 선뜻 비싸다는 말은 못하고 여자의 눈치를 볼 것이며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이건 낭비라고 딱 잘라 말해 그를 안심시킬 것이다.

중요한 건 사랑하는 우리가 여기, 베네치아에 함께 왔다는 사실이라고 위안하면서.


아마 나라도 그랬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연인이라면 누구나 꿈꿨을 상황 그대로 두 남녀만 타고 있는 곤돌라를 보았을 때

그들이 부럽지 않았다.


내가 부러웠던 건

절대 값을 깎아주지 않는 곤돌리에를 만나 인상을 찌푸리고 기분을 망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도시에 온,

좁은 골목길의 연인들이었다.


@Venezia, Italy



canon A-1 + 50mm

kodak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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