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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들과 열 지은 소규모 주택들이 들어선 현대의 건축을 이야기 하며 고립된 가정을 돌아본다)

  먼저, 단독 주택이든 집단 건물에 세들어 살든 노동 계급 가정의 가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제도에서 파생되는 불필요한 손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제일 큰 해악은 아이들에게 미친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린아이들은 햇빛과 공기를 너무 적게 접한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은 가난하고, 무지하고, 바싸서, 어른과 아이를 구분해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없는 어머니에 의해 제공된다. 아이들이란 어머니가 요리하고 집안일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방해가 되게 마련이다. 때문에 결국 어머니의 신경을 건드려 가혹한 처벌을 받곤 한다. 물론 이따금 귀여워해 줄 때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이들다운 행동을 해도 전혀 해가 되지 않을 자유나 공간이 없다. 이 같은 복합적인 상황이 아이들을 허약하고, 신경질적이고, 억눌려지게 만드는 수가 많다.
  어머니가 받는 해악도 대단히 심각하다. 여성은 보모, 요리사, 가정부의 일을 어느 것 하나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못했으면서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일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녀는 언제나 지쳐 있어서 아이들마저도 기쁨을 주는 존재라기보단 성가시게만 느껴진다. 남편은 일을 마치면 여가를 즐기지만 그녀에겐 여가라는 게 없다. 결국 그녀가 짜증 잘 내고, 속 좁고, 시기로 가득 찬 사람으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다.
  이에 비해 남자의 입장에선 불이익이 훨씬 적다. 집에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 있을 때면 접하게 되는 아내의 불평이나 아이들의 '나쁜' 행실을 달가워하기란 어렵다. 그리하여 남편은 건축물을 탓해야 마땅할 때 자기 아내를 탓하게 되고 결국 그 사람의 야만성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불유쾌한 결과들로 이어지게 된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 버트런드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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